[식품박물관]배 한 척으로 시작한 참치신화, DHA 가득 브레인푸드 낚았다

고등학교 은사 조언 듣고 수산대 진학
참치 어획량 압도적 높아 국내외 이름 알려
참치캔 출시하며 평새 숙원 풀어
영양 풍부한 참치캔 등장으로 식문화 다양해져
  • 등록 2017-10-12 오전 6:00:01

    수정 2017-10-12 오전 10:39:49

동원참치 덕에 한국인의 식탁에 참치로 된 각종 음식들이 선을 보일 수 있었다.(그래픽=이서윤 기자)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참치김밥, 참치김치찌개, 참치샐러드, 참치볶음밥의 공통점은 캔에 담긴 참치를 이용해 만든 요리라는 점이다. 지금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메뉴지만 3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식탁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음식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바다의 귀족이라 불리는 참치는 한국인들이 가장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생선이 되었다. 국내 식품기업이 참치를 통조림에 담아 가공한 참치캔을 내놓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참치캔의 대명사로 굳어진 동원참치는 한국 원양어업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기업가의 혜안이 만들어낸 이른바 ‘국민식품’이다. 그러나 어느덧 동원참치가 세상에 나온 지 35년이 흐르는 동안 참치캔은 흔하디흔한 식품 중 하나로 평가가 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몇 백그램 짜리 노란색 동원참치캔 하나가 불모지와 다름없던 한국의 원양어업을 개척하며 오대양을 누볐던 마도로스의 열정이 오롯이 담긴 식품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재철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
동원참치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삶의 궤적과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는 식품이다. 먼저 참치라는 이름 자체가 김재철 회장과 연관이 있다. 참치는 다랑어과에 속하는 생선을 지칭하는 말로 영어로는 튜나, 일본어로는 마구로라고 불리는 어종이었다. 국내 근해에서는 잡히지 않던 생선이었기 때문에 딱히 지칭하는 말이 없었다. 참치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1957년 6월 국내 첫 원양어업선 지남호가 부산항을 출발해 약 3개월간 원양어업을 마치고 부산항으로 돌아온 이후다. 당시 마구로나 튜나라고 부를 수 없어 고심 끝에 ‘참으로 좋은 고기’라는 뜻으로 ‘참치’란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지남호가 다시 참치를 잡기 위해 출항했던 1958년 1월 당시 지남호의 실습항해사가 바로 김 회장이었다.

농업인 꿈 접고 바다로 향한 김재철 회장

사실 김 회장은 농업인으로 진로가 정해져 있었다. 전남 강진 농촌에서 9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당시 시대적 풍습에 따라 가업을 이어받아야 했다. 강진농고 진학 후 서울대 농과대학 입학을 결정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농업인을 꿈꾸던 그를 흔든건 담임 선생님의 조언이었다. “바다는 무궁한 자원의 보고다. 우리나라가 더 잘 살려면 우수한 젊은이들이 바다를 개발해야 한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이끌렸다. 김 회장은 결국 서울대 농과대학 장학생을 포기하고 국립수산대 어로과로 진로를 변경하면서 본격적인 마도로스의 생활에 뛰어들었다.

김 회장은 특유의 성실함과 근면함으로 마도로스 생활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지남호 승선 3년 만에 지남2호 선장을 맡게 됐다. 다른 배보다 만선을 빨리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김 회장은 ‘참치 잘 잡는 캡틴 킴’으로 국내외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고려원양 수산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외국선사들과 거래하며 회사 경영을 익혔다.

김 회장의 숙원 사업 ‘참치캔 출시’

10여년의 마도로스 생활을 접고 김 회장은 1969년 동원산업을 창업해 본격적으로 기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동원산업이 처음부터 참치캔을 생산하진 않았다. 국내엔 생소한 어류이고 고급어종인 탓에 국내에선 소비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탓이다. 김 회장이 참치캔 생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1981년 미국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에 진학하면서다. 당시 LA의 스타키스트사의 참치캔 공장을 시찰한 뒤 참치캔의 국내 생산을 결정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도 2000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어 참치 수요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김 회장의 분석도 한몫했다. 참치캔 출시는 김 회장의 ‘한(恨)’을 푸는 사업이기도 했다. ‘바다의 소고기’라 불리는 참치를 국민들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을 김 회장은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1982년 국내 최초의 참치 살코기캔 ‘동원참치’가 빛을 보게 됐다.

1984년 봄 진해 벚꽃놀이 현장에서 열린 동원참치캔 시식회.(사진=동원그룹)
동원참치가 시중에 유통됐지만 초반에는 낮은 인지도로 고생했다. 당시만 해도 참치는 여전히 생소한 어종이었다. 동원산업은 참치캔 표면에 참치 그림을 넣어 인지도 제고에 힘을 썼다. 또 전 임직원이 평일과 주말 가릴 것 없이 참치캔 알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평일엔 전국 매장을 돌며 직접 제품을 진열하고 1일 판매 사원으로 나섰다. 주말엔 서울 근교의 각 등산로 등에서 시식행사를 펼치고 백화점 등에서 길거리 홍보를 하며 참치캔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동원참치를 넣어 끓인 김치찌개 시식행사 등 다양한 활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참치캔의 저변이 확대된 결과 1984년 추석 명절에 처음 출시한 선물세트는 30만개 이상 팔리며 대히트를 쳤다. 동원참치의 선물세트는 지금까지도 명절 참치 선물세트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종합영양제’참치캔, 식문화도 살 찌웠다

참치캔은 종합영양제로 통한다. 참치에 칼슘, DHA, EPA, 단백질, 오메가6, 비타민 등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어서다. 특히 참치에 많은 오메가-3 지방산은 치매 예방과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다. 최근에 미국 FDA는 임산부와 수유여성, 어린이 등에게 영양이 풍부한 참치캔을 일주일에 230g~340g씩 꾸준히 섭취할 것으로 권고하기도 했다.

위생면에서도 안전한 식품이다. 참치는 잡는 즉시 영하 50도 이하로 급랭하기 때문에 여름에 자주 발병하는 비브리오패혈증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조리액으로 면실유, 올리브유, 포도씨유 등 식물성 기름을 사용해 콜레스테롤이 없고 불포화 지방산이 높은 편이다. 참치캔의 기름은 영양뿐만 아니라 식감을 높이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함께 섭취하는 것을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참치통조림 출시 초기 생산 장면(사진=동원그룹)
참치캔의 등장은 우리나라의 식문화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어떤 요리에든 참치를 가미하면 풍미를 더할 수 있는 부재료이기 때문이다. 김치찌개에서 필수 부재료로 손꼽히고 있으며 김밥 전문점의 인기 메뉴엔 참치김밥이 빠지질 않는다. 참치샐러드와 참치죽 등도 즐겨 먹는다. 최근엔 참치스테이크도 등장해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동원산업은 서양에서 스테이크로 즐겨먹는 고급 황다랑어 통살에 세라믹볼을 적용해 비린내를 제거했다. 스테이크는 소고기뿐이었던 국내 식문화에 수산물 스테이크라는 색다른 먹거리를 제공한 것이다.

김재옥 동원F&B 사장은 “참치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자 DHA, 오메가3, 셀레늄 등 영양소가 풍부한 등푸른생선이다. 1982년 동원참치가 출시되면서부터 국내 소비자들이 건강에 좋은 참치를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최근 밥에 바로 먹는 살코기참치인 ‘더참치’를 새롭게 선보이는 등 참치캔의 소비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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