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숨통 죌 땐 '과호흡증후군'…비닐봉투 입대고 숨쉬어요

과호흡증후군은 호흡이 갑자기 빨라지고 호흡량이 늘어
체내 이산화탄소를 과도하게 배출하는 증상
성인 6~10%가 과호흡증상 보이며 대개 중년층·여성 많아
  • 등록 2018-12-04 오전 6:35:43

    수정 2018-12-04 오전 6:35:43

[이데일리 이서윤]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평소 건강한 편인 23세 직장인 남성 A씨는 회사에서 업무를 보던 중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쁘다고 호소했다. 점점 증상이 심각해지자 직장 동료들은 A씨를 응급실로 데려갔다. 그러나 막상 응급실에 도착했을 땐 증상이 사라지고,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정상이었다.

A씨는 담당 의사에게 지난 1주일 간 중요한 프로젝트 때문에 수면 부족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말했고, 증상 발생 1시간 전 회의에서 상사에게 강한 질책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A씨는 ‘과호흡 증후군’으로 진단됐다. 사실 A씨는 이전에도 군 복무 시절 군 병원에서 과호흡 증후군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다.

25세 여성 B씨는 1개월 전 운동 중 숨이 막히는 증상과 함께 어지럼증으로 급히 근처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에서 심전도를 비롯한 검사를 받았지만 검사 상 문제가 없어 귀가해도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귀가 후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주 1~2회씩 자다가 깨고, 답답함과 숨막힘에 심한 불안·공포감까지 있었다.

여기에 손발이 저리고 마비되는 느낌도 있었고, 머리가 어지럽고 배까지 저릿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했다. 증상이 심해져 다시 응급실에 방문해 담당 의사 말대로 비닐봉투에 입을 대고 호흡을 하자 손발 저림과 어지럼증이 줄었다. 결국 B씨는 공황장애로 인한 과호흡 증후군 진단을 받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고받았다.

◇과호흡증후군 원인 다양

과호흡 증후군은 호흡이 빨라지고 호흡량이 늘면서 체내 이산화탄소를 과도하게 배출하는 증상을 뜻한다. 과호흡을 지속해 동맥혈 내 이산화탄소가 36mmHg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을 ‘과환기’(hyperventilation)라고 부르고, 1분에 20회를 초과하는 호흡을 ‘과호흡’(tachypnea)이라고 부른다. 성인의 6~10% 정도가 과호흡 증후군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며, 대개 중장년층과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과호흡 증후군은 심장·폐 등 장기 기능이 정상인 경우에도 심리적 긴장이나 불안, 걱정 등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숨을 몰아쉬거나 빨리 쉬는 등 호흡량이 증가하면서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상치보다 낮아져 체내 알칼리증 및 각종 전해질 이상이 발생한다. 여기에 어지럼증을 비롯해 손발 경련, 저림, 근육 위약감, 흉통, 두근거림 등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응급실에 방문하는 환자에게서 매우 흔히 발견되는 질환이지만 처음부터 과호흡 증후군임을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 신체적 질환이나 정신 증상 등이 모두 원인에 해당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때문에 견디기 어려울 경우 병원에 방문해 정확한 발병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신체적 질환이 원인인 경우는 호흡기 질환(천식·폐렴·폐색전증·기흉·폐혈관 질환 등)과 순환기 질환(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심부전 등) 등이 있고, 이 외에도 뇌질환이나 전정신경 장애, 호르몬 변화, 통증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당뇨와 알코올, 신장질환 등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대사성 산증, 갑상선 기능항진 등도 원인이 된다.

정신 증상으로는 보통 특정 스트레스 상황에의 노출이나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이 원인으로 꼽히며, 이런 경우 재발이 잦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검진이나 치료가 필요하다. 박혜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반복적 과호흡이나 심한 불안, 광장공포증 등 불안장애, 공황장애의 경우 약물 치료를 포함한 전문적 치료를 통해 증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과호흡 증후군을 확진할 수 있는 단일한 검사는 없다. 우선 환자의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의학적 문제가 없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폐혈관 질환이 원인일 경우 활동적인 일을 할 때 증상이 악화하고, 혈액검사·폐기능검사로 진단이 가능하다. 신체적 질환을 의심할 만한 다른 동반 증상이 없고 별다른 기저 질환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대부분 정신적 원인에 의해 과호흡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 없는 사람 없어 … 누구에게나 발생”

과호흡 증후군 증상이 발생한 사람은 일단 안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안정이 어려운 경우 저용량 안정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건강 염려증이 있는 경우 다른 심각한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크게 호전될 수 있다. 이 외에 과호흡으로 인한 산염기 불균형이나 신경 증상 개선을 위해 봉투 등을 입에 대고 호흡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봉투에 입과 코를 대고 호흡을 하면서 내쉰 숨을 다시 들이마시면 혈중 이산화탄소가 빨리 교정될 수 있어 증상 호전에 도움을 준다.

윤호일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과호흡 증후군은 스트레스에 자주 노출되는 군인이나 직장인에게 많이 발생하지만, 스트레스 없는 사람은 없는 만큼 기본적으로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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