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호의 PICK]소통이 안 되면 노래라도 부르자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얘기 좀 할까?'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대표작
옴니버스 형식, 소통의 부재 다뤄
대중성과 연극적 재미, 주제의식 갖춰
  • 등록 2020-02-18 오전 12:40:00

    수정 2020-02-18 오전 12:4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대학로에 이상한 노래방이 하나 생겼다. 노래를 불러야 할 공간인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노래는 부르지 않고 대화만 나눈다. 노래방 주인도 답답한지 안내방송으로 사람들을 재촉한다. “웃음과 행복을 전하는 ‘간다’ 노래방. 다음 노래를 예약해주세요.”

연극 ‘우리 노래방에서…얘기 좀 할까?’의 한 장면(사진=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노래방의 정체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1관에서 개막한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얘기 좀 할까?’다. 배우 이희준, 진선규 등을 배출한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극단 간다)의 작품으로 6년 만에 재공연에 올랐다. ‘유도소년’ ‘신인류의 백분토론’ 등 재기발랄함 속에 생각할 거리를 함께 담아온 극단 간다의 매력을 다시 느낄 수 있는 무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극단 대표인 민준호 연출이 극본과 연출을 함께 맡았다. 작품은 노래방을 무대로 한 다섯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선보인다. 재혼 소식을 아들에게 전하려 하지만 말다툼만 하게 되는 아버지 민재, 집착에 가까운 사랑으로 여자친구에게서 이별을 통보 받는 희준, 남자친구와 이별한 아픔을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민정, 재혼을 앞두고 전 남편에 대한 추억으로 갈등하는 보경, 그리고 보경을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친구들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이 돼 하나로 엮인다. 우리 주변에서 볼 법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공감이 간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주제는 ‘소통의 부재’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는 겉돌기만 하고, 지나친 사랑이 무섭다는 여자친구의 말을 남자친구는 이해하지 못한다. 친구를 위로한다며 나누는 대화도 서로 하고 싶은 말만 반복할 따름이다. 대화가 이어지지 않으면서 빚어지는 인물들의 갈등이 웃음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모습이 우리의 현실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 자신을 반추하게 만든다.

연극 ‘우리 노래방에서…얘기 좀 할까?’의 한 장면(사진=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화장실로 설정된 무대 뒤편을 시소, 구름사다리, 그네 등이 있는 놀이터로 꾸민 점이 눈에 띈다. 놀이터가 화장실이 된 이유는 극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연출이 이게 화장실이래, 이게 예술이래”라는 노래방 주인의 대사로 얼렁뚱땅 넘어갈 뿐이다. 그러나 극이 전개될수록 왜 화장실이 놀이터인지 짐작할 수 있다. 소통이 안 돼 답답함을 느끼던 인물들에게 화장실은 그 답답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놀이터와 같다.

2008년 초연한 작품이다 보니 노래방이라는 설정이 다소 올드하게 보이는 면도 없지 않다. 대신 올드 팝과 2000년대 대중가요를 적극 활용해 추억을 자극한다. 노래방에서 목청껏 노래를 부르다 보면 마음에 진 응어리가 사라질 때가 있다. 작품은 마치 소통이 안 돼 답답할 때는 노래라도 부르자는 제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노래를 부르고 나면 다시 대화를 나눌 기운이 생길 테니까 말이다.

대중성을 갖추면서도 연극적 재미와 주제의식을 놓지 않았다는 점에서 극단 간다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진선규·김민재·차용학(민재 역), 유지연·정연(보경 역), 오의식·윤석현(희준 역), 박소진·한수림(민정 역), 정선아·김하진(은혜·유정 역), 유연·이지혜(정연·유연 역), 임강성·오인하(노래방주인 역)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오는 3월 8일까지.

연극 ‘우리 노래방에서…얘기 좀 할까?’의 한 장면(사진=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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