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른게 되레 독"…CB 발행 상장사들 실적 타격

파생상품거래손실 증가…39건→53건
코스닥 상장사 45곳…절반 이상이 순손실
회계상 숫자에 불과…억울한 기업들
"누적적자 쌓여 실적 자체도 부진한 경우 많아"
  • 등록 2020-08-19 오전 12:10:00

    수정 2020-08-19 오전 7:47:55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코스닥 상장사들의 파생상품 손실이 잇따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회사채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이 쉽지 않자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자금 조달에 나선 탓이다. 사채지만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주식을 받을 수 있는 ‘메자닌’ 상품 특성상 최근 주가 상승으로 인해 회계기준상 잠재적 손실로 잡힌 것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파생상품손실 상장사 36% ‘쑥’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발생한 파생상품거래손실(기타법인 제외)은 총 53건으로 지난해 같은 때(39건)와 비교하면 35.9% 증가했다. 2018년(24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CB와 BW를 발행하는 기업들은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곳”이라며 “일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으니 기업들 입장에서는 옵션이 붙은 불리한 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CB는 부채로 분류한다. 채권자가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 자본으로 인정할 수 있지만 그전에는 회사가 콜옵션(주식을 살 권리)이 없는 이상 상환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회사가 갚아야 할 부채 규모가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금융부채의 공정가치가 커지면서 재무제표에는 최초 전환권 가치와의 차액을 파생상품 평가손실로 인식한다. 주가가 크게 오른 기업들이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하는 이유기도 하다.

실제로 올해 파생상품거래손실이 발생한 기업 대부분이 코스닥 상장사(45곳)다. 또 주가가 크게 오른 곳은 대규모 손실도 발생했다. 45곳 가운데 올해 2분기 순손실을 낸 곳은 28곳에 달한다.

예컨대 수젠텍(253840)의 경우 파생상품금융부채(11회 전환상환우선주,1회 전환사채) 평가손실이 발생했고, 손실누계잔액은 총 346억원에 달한다. 이는 자기자본(243억원)의 142%에 해당한다. 이를 영업외비용으로 인식하면서 수젠텍은 2분기에 145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올리패스(244460)(파생상품 손실 214억원, 자기자본 대비 114.1%), OQP(078590)(556억원, 87.7%), 영우디에스피(143540)(131억원, 67.9%), 비디아이(148140)(264억원, 57.5%), 국일제지(078130)(359억원, 43.05%), 코너스톤네트웍스(033110)(237억원, 36.6%) 등이 올해 대규모 파생상품 손실이 발생했고 2분기에 순손실을 냈다. 주가 상승률을 보면 수젠텍은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473% 올랐고, OQP는 260%나 상승했다.

회계상 숫자에 불과…억울한 기업들

코스닥 상장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적자를 낸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파생상품손실 발생은 실제 손실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 실적과는 무관하고 재무구조에도 변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젠텍 재무담당이사는 “지난해 9월 1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고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로 주가가 급등해 IFRS에 따라 CB의 가치 증가분만큼 회사의 파생상품금융부채 평가손실로 처리했다”며 “실제 현금 유출이 일어나거나 손실이 현실화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9월 23일 이후 CB가 보통주로 전환돼 해당 손실분은 모두 자본잉여금으로 전입되기 때문에 재무구조에도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파생상품평가 손실로 누적적자가 쌓이면서 실적 자체도 부진한 경우가 많아 투자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남바이오파마(044480)의 경우 반기 결산 시 파생상품금융부채(제2회차, 제3회차 전환사채) 평가손실이 발생했고, 손실누계잔액은 200억원 규모다. 이는 자기자본(914억원)의 21.9%에 해당한다.

경남바이오파마는 올해 반기보고서 감사 결과 신한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회계법인 측은 “연결회사의 관계회사 투자주식에 대한 거래의 적정성 및 평가, 선급금에 대한 거래의 적정성 및 회수가능성 평가, 무형자산의 평가와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검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파생상품평가손익 자체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경영 상황을 알 수 있는 지표인 만큼 투자에 참고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지난 2월 파생상품거래손실이 발생했던 에스모 머티리얼즈(087730)의 경우 횡령 혐의 발생 등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된 바 있고 개선계획서 제출한 상태다. 특히 에스모 머티리얼즈는 라임자산운용 CB 투자와 관련해 잡음을 일으켰던 곳이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CB를 자주 발행하는 기업은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할 수 있다”며 “특히 파생상품평가손익이 숫자 상이라도 투자자 입장에서 해당 항목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따져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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