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오지마세요!"..고객 돌려보내는 은행들

대출 총량 관리 비상 걸린 시중은행, 금리↑ 용인
인터넷은행, '오겠다'는 고신용자도 마다하는 상황
  • 등록 2021-11-11 오전 7:56:21

    수정 2021-11-11 오전 8:40:15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얼마 전 황인환(가명, 32세)씨는 주거래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거래 상담을 했다. 그런데 이 은행 영업점 창구 직원은 황 씨에게 다른 은행에 가볼 것을 권유했다. 자신의 은행에 황 씨의 금융 기록이 없다는 이유였다. 약간 황당한 대출 거부에 황 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절치부심 중인 은행들이 고신용자 대출까지 거부하고 있다. 당국의 대출 규제 압박 강도가 높아졌고, 대출 풍선효과에 따라 자사 대출 총량 관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은행 영업점 창구 모습.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이데일리DB)
“제발 오지 마세요”…대출 금리 인상 용인하는 은행들

“예전에는 타행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금리 경쟁을 벌였다면, 요새는 고객들 오지 말라고 금리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대출 창구 세태를 이렇게 표현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은행들끼리 금리 경쟁을 하면서 대출 고객을 유치하려고 했지만, 연말을 앞둔 지금은 금리를 높여서라도 타행에서 오는 대출 희망자를 막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달리 보면 최근의 높아진 대출 금리가 ‘심리적 장애물’이 된 셈”이라면서 “대출을 받으러 왔다가 높아진 금리를 보고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은행들은 우대금리를 줄이거나 축소해 금리 상승 효과를 내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4대 은행의 가감조정금리(주택담보대출 기준)는 0.67~1.97%포인트로 지난 2월(0.9~2.12%포인트) 대비 약 0.2%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가감조정금리는 대출 금리에서 영업점이 빼주는 우대금리로, 수치가 작아질수록 대출자의 금리 부담이 커진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 효과가 두드러지면서 청와대 게시판에는 성토의 글이 올라오기까지 했다. 은행들의 폭리를 막고 대출자들을 보호해달라는 글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은행들은 나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이 요구하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타행 대출 중단에 따른 풍선 효과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읍소했다.

은행들의 풍선 효과 걱정이 실제 엄살만은 아니다. NH농협은행이 지난 8월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한 후 다른 4개 은행에 대출 수요가 몰렸다. 지난 10월만 해도 농협은행의 가계대출은 줄었는데, 나머지 다른 은행들은 평균 9300억원씩 늘었다. 이들 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비상을 걸 수밖에 없었다.

속 쓰린 카뱅, 눈물 나는 토뱅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더 속이 쓰리다. 금융당국의 지침을 지키기 위해 ‘오겠다’는 우량·고신용 고객을 마다하고 있다. 이중 카카오뱅크는 당국에서 요구하는 중금리대출 비율 20%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10월 8일에는 고신용자 신규 신용대출을 중단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고신용자 대출 자산을 줄이고 중신용자 대출 자산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 9월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중금리 대출 비율은 전체 대출의 13.4%다. 당국이 요구한 기준선에 여전히 못 미친다.

최근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8월 상장 한때 9만원 선을 넘었지만 10월 고신용자 대출 중단을 기점으로 하락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최근 5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0월 영업을 시작한 토스뱅크는 울고 싶은 상황이다. 당국의 강력한 가계 대출 규제로 여신 영업은 중단됐는데, 이자를 줘야하는 예금에는 돈이 몰려서다. 현재 토스뱅크의 대출 자산은 5000억원에 묶여 있다.

업계에서는 토스뱅크의 예금 잔액이 1조원 이상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 이율 2% 금리를 줘야 하는 예금이다. 여신 영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연 수백억원의 이자를 부담해 야할 처지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 나서야 하지만 토스뱅크는 이마저도 대폭 줄였다. 2% 금리 통장 가입자 수 급증 걱정이 크기 때문이다. 토스뱅크 측은 “금융소비자들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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