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절치부심 중인 은행들이 고신용자 대출까지 거부하고 있다. 당국의 대출 규제 압박 강도가 높아졌고, 대출 풍선효과에 따라 자사 대출 총량 관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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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타행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금리 경쟁을 벌였다면, 요새는 고객들 오지 말라고 금리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대출 창구 세태를 이렇게 표현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은행들끼리 금리 경쟁을 하면서 대출 고객을 유치하려고 했지만, 연말을 앞둔 지금은 금리를 높여서라도 타행에서 오는 대출 희망자를 막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달리 보면 최근의 높아진 대출 금리가 ‘심리적 장애물’이 된 셈”이라면서 “대출을 받으러 왔다가 높아진 금리를 보고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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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의 풍선 효과 걱정이 실제 엄살만은 아니다. NH농협은행이 지난 8월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한 후 다른 4개 은행에 대출 수요가 몰렸다. 지난 10월만 해도 농협은행의 가계대출은 줄었는데, 나머지 다른 은행들은 평균 9300억원씩 늘었다. 이들 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비상을 걸 수밖에 없었다.
속 쓰린 카뱅, 눈물 나는 토뱅
지난 9월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중금리 대출 비율은 전체 대출의 13.4%다. 당국이 요구한 기준선에 여전히 못 미친다.
최근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8월 상장 한때 9만원 선을 넘었지만 10월 고신용자 대출 중단을 기점으로 하락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최근 5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0월 영업을 시작한 토스뱅크는 울고 싶은 상황이다. 당국의 강력한 가계 대출 규제로 여신 영업은 중단됐는데, 이자를 줘야하는 예금에는 돈이 몰려서다. 현재 토스뱅크의 대출 자산은 5000억원에 묶여 있다.
업계에서는 토스뱅크의 예금 잔액이 1조원 이상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 이율 2% 금리를 줘야 하는 예금이다. 여신 영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연 수백억원의 이자를 부담해 야할 처지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 나서야 하지만 토스뱅크는 이마저도 대폭 줄였다. 2% 금리 통장 가입자 수 급증 걱정이 크기 때문이다. 토스뱅크 측은 “금융소비자들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