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기청정기 제품에 탑재한 3M의 OIT(옥틸이소티아졸론) 함유 필터에 대한 유해성 논란과 관련해 3M의 대응방안이 업계와 소비자의 공분을 사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22일 OIT를 함유한 항균필터가 사용된 가정용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84개 모델을 공개하면서 관련업계는 비상에 걸렸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OIT가 포함된 항균필터를 장착한 제품은 가정용 에어컨 33개 모델, 공기청정기 51개 모델로 총 84개다. 에어컨은 LG전자(066570)가 25개, 삼성전자(005930)가 8개 모델이 포함됐다. 공기청정기는 쿠쿠전자(192400) 21개, LG전자 15개, 삼성전자 8개, 위니아 4개 등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번 논란으로 공기청정기 시장 침체보다 3M의 소극적이고 안일한 모습에 분노하고 있다.
3M은 지난 20일 OIT가 함유된 필터를 회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놓지 못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자발적 회수를 결정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중”이라며 “가능한 빨리 계획을 세워 진행할 예정”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업계는 3M의 회수조치가 필터를 적용한 제품까지 회수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기납품한 필터만 회수하겠다는 것인지 가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기청정기 제조사들은 잇딴 항의에도 3M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점에 분노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청정기 유해성 논란으로 회사 이름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부담돼 3M에 적극적인 항의를 못하고 있다”면서도 “3M이 선제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는 것에 격앙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이 국내 기업과 국민들을 무시하는 3M의 태도에 화가 나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3M필터를 공급받은 회사들이 함께 3M에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며 “이번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온 국민이 알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들의 비난도 판매사에서 3M으로 넘어가고 있다.
김슬기(31)씨는 “정부가 외국기업에 쩔쩔 매다보니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것”이라며 “최근 글로벌 기업 제품의 문제가 왜 한국에서만 유독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겠느냐. 3M 제품 불매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두연(30)씨는 “처음에는 공기청정기 회사를 비난했지만 진짜 악인은 뒤에 따로 있었다”며 “제대로 된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입을 싹 닫고 있는 모습에 정말 치가 떨린다”고 비난했다.
한편 환경부는 모든 제품에 대해 회수 권고 조치를 내렸다. 장시간 가동했을 경우 OIT가 방출돼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회수권고 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회수명령이 내려진다. 이를 지키지 않는 업체는 3년 이하 징역형이나 3000만원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1902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설립된 3M은 포스트잇과 스카치테이프로 유명한 산업용 소비재와 전자·정보기술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한국에는 1977년 두산그룹과 합작으로 들어왔으며 1996년 미국 3M 본사에서 지분을 전량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3M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5700억원, 영업이익은 1750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