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고용 한파…'식당 이모'들부터 잘렸다

고용시장 '약한 고리' 여성노동자 타격 가시화
급증한 일시휴직자, 10명 중 6명은 여성
여성 많은 숙박음식업 등 서비스업 피해 ↑
  • 등록 2020-03-17 오전 4:00:00

    수정 2020-03-17 오전 8:54:21

지난 1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가방 가게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임시휴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백반집에서 서빙을 하던 김순영(가명·56)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가게 손님이 줄면서 출근이 늦어지거나 퇴근이 빨라졌다. 근무시간을 줄여 인건비를 아끼려는 식당주인의 요청 때문이었다. 이달 초 식당주인에게서 ‘연락을 줄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말을 들은 뒤로는 집에서 쉬고 있다.

학교 급식용 친환경농산물을 납품하는 영세업체에서 일하던 A(60)씨는 지난 11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당분간 안 나와도 된다던 사장은 지난 11일 A씨를 찾아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며 폐업 소식을 전했다. B씨는 “경력도 별로 없고 나이가 많아 다시 일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시휴직 10명 중 6명은 여성

지난달 시작된 코로나19발(發) 고용한파가 가장 먼저 취약계층 여성노동자들을 덮쳤다. 남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은데다 코로나19의 타격을 크게 받는 서비스업에 몰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고용위기는 3월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통계청 ‘2020년 2월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원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급증한 일시휴직자 61만8000명 가운데 여성이 62.8%(38만8000명)에 달했다. 지난달 코로나19로 내수가 얼어붙고 실물경제 침체가 시작되면서 일시휴직자 수는 전년 동기보다 14만2000명 늘면서 2011년 9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이들 중 과반이 여성인 것이다. 산업별로도 여성 비중이 높은 교육서비스업(20만명), 도소매업(4만명), 숙박음식업(2만9000명) 등에서 일시 휴직자가 많았다.

일시휴직이란 질병이나 휴가, 교육 등으로 일주일에 1시간도 일하지 못한 사람을 말한다.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어 일하지 못했지만 고용통계에선 취업자로 포함된다.

산업별 지표에서도 여성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용한파를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으로는 크게 숙박음식업과 도소매업이 꼽힌다. 감염병 우려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업종이자 평균보다 여성노동자 비중이 높은 산업이다.

숙박음식업은 1월에는 취업자 수가 8만6000명 늘어나는 등 최근 고용시장 호조를 이끌어왔지만, 코로나 쇼크가 가시화한 지난달엔 1만4000명 증가(전년 동월 대비)에 그쳤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은 2만명 늘었지만 여성은 6000명 줄었다.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에 10만6000명 감소했다.

세대별로도 20대 고용률이 가장 많이 감소(0.8%포인트)했는데 20대 남성은 0.2%포인트 올랐지만 20대 여성에서는 1.7%포인트 큰 폭으로 내렸다. 취업자가 소폭이나마 증가한 업종은 남성 중심으로 늘어난 반면 취업자가 줄어든 업종은 여성들이 먼저 해고당했다는 얘기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비정규직 많고 서비스업 몰려 있어 피해 커

이같은 상황은 예견된 결과다. 전반적인 고용시장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은 여성이 41.5%, 남성이 26.3%로 여성비율이 15.2%포인트 높았다. 임금 역시 남성 임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여성은 68.8%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고용시장에서 코로나19 악영향은 서비스업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과 할인점 매출액은 각각 30.6%, 19.6% 급감했다. 100을 기준으로 하는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지난달 96.9로 떨어졌다.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외식과 여행 등이 포함된 서비스 물가는 지난 1999년 12월 이후 20여년 만에 최저 폭으로 올랐다. 김씨 같은 ‘식당 이모’가 고용시장 밖으로 가장 먼저 밀려나는 이유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저숙련 노동자가 많은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과 대면 접촉을 하는 업무에서 고용이 줄고 있다”며 “기업이나 사장 입장에선 기술이 부족하고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부터 인건비를 줄이려고 하기 때문에 여성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한파는 3월에 더 심화할 전망이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선 지난달 20일을 기점으로 빠르게 확산했기 때문이다.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후에도 고용시장이 곧바로 회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고용은 경기 상황을 나중에 반영하는 데다 여성 노동자 상당수가 경력단절 등을 경험한 터라 취업시장에서 상대적 약자인 때문이다.

김 교수는 “2월 통계에는 코로나19 영향이 일부만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3월을 기점으로 고용시장 충격이 가시화할 것이고 특히 민간서비스업에서 파급영향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 양상이었는데 이는 여성노동자의 고용형태가 근본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사회안전망으로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이들의 생계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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