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논란]동학개미 표따라 30%로?…"증권사 재량권 확대해야"

소액투자자 우선배정 등 형평성 강화해야
일반청약 물량 일괄 확대는 부작용 커
적자기업 상장 느는데…증권사 재량권 확대 필요
  • 등록 2020-09-11 오전 4:03:00

    수정 2020-09-11 오전 4:03:00

[이데일리 김재은 유준하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치솟는 부동산을 잡기 위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권장하면서 정치권 발 ‘동학개미’ 표심잡기용 경제방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공매도 금지 6개월 연장이나 일반청약 물량 확대 등 공모주 제도 개선 추진이 대표적이다. 일정부분 개선이 필요하지만, 경제이슈를 정치논리로 풀어가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 발 공모주 제도 개선의 가장 큰 문제는 SK바이오팜(326030)이나 카카오게임즈(293490)처럼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하는 경우는 드문데다 기업공개(IPO)의 취지인 혁신기업에 대한 시장성 자금조달이 도외시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또 개인들이 선호하는 공모주는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로 혁신벤처기업과 거리가 먼 것도 사실이다.

일반청약 20% 최고… 일률적 물량 확대 `부작용 우려`

10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등 영미권 국가에서 일반(개인)청약 비율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싱가포르(최소 5%), 홍콩(10% 기준)·일본(최소 10%) 등 아시아국가에선 일반청약 물량이 별도로 배분돼 있다. 이와 비교할 때 국내 일반청약 물량 20%는 2배에서 4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국내 주식발행시장은 1980년대 후반 이후 정부가 직접 기업상장을 추진하고, 세제 등 유인책을 제공했다. 당시 기관투자자 기반이 열악해 정부는 일반 국민들의 신규 공모주 투자를 유도했고, 국민 이익보호를 위해 신규 공모주 저평가를 정책적으로 장려했다.

1997년 IPO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증권사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글로벌 기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행 우리사주 20%, 일반 20% 이상, 기관 60%(잔여물량)의 공모주 배분은 2005년 3월 이후 유지되고 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BTS의 팬클럽 아미는 BTS가 크는데 많이 기여한만큼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일반청약이 20%에 묶여 있으니 늘리자는 것”이라며 “다수가 참여하면 좋은 우량주식을 통해 재산형성에 기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투업계에서는 소액투자자 우대정책은 일정부분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도 20% 이상인 현행 일반청약 배정물량을 일괄적으로 늘리는 데 대해선 우려가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표 얻기에 유리한 방향으로 경제정책들을 주도하고 있다”며 “공모주 제도를 손 볼 필요는 있지만, 일부 인기 주식 청약이 어렵다고 해서 일반청약물량 전체를 확대하는 건 부작용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만약 30%로 전부 늘린다면 주관사로서 미청약을 줄이기 위해 공모가를 낮게 산정할 수 있고, 혁신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이라는 당초 IPO 목적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해당 기업이 IPO 대신 인수합병(M&A)이나 우회상장 등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높아 IPO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도 있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일반청약이 몰리는 극소수의 몇몇 종목 때문에 일반청약 물량 자체를 더 늘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일정 기준을 정해 부합할 경우에 증권사가 일반청약 배정물량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4년 11월 상장한 삼성SDS(018260)는 당시 12조원의 청약증거금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상장 당일 32만 7500원에 하락 마감했다. 6년이 지난 현재 주가(9일 종가 17만 7700원)는 공모가(19만원)를 밑돌고 있다.

◇ 기술 특례 등 적자 상장 늘어 …“증권사 재량권 확대”


우리나라의 IPO 관련 제도는 영미권에 비해 규제가 많다. 현재 글로벌 기준에 비해 낮은 (주관사의) 기업실사 책임,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한 가격 결정(공모가)과 물량 배정에 대한 규제는 공모주 투자에 대한 ‘단기 차익 실현’(flipping)의 관리를 힘들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주에 대한 각종 의무배정은 가격 정보 제공의 대가로서 공모주를 배정하는 수요예측 메커니즘 작동을 방해해왔고, 인수인(증권사)의 배정 후 단기수익 편취를 관리하기 힘들 게 만들었다”며 “공모가 산정과 자율적 물량 배정의 억제는 결국 단기성향의 공모주 테마 투자자를 양산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금투업계에선 아예 공모가 산정방식을 자율화하고, 배정물량도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요예측 모델 자체가 효율적 가격결정을 위해 가격정보를 제공하고, 장기보유하는 투자자에게 인수인이 자율적으로 공모주를 배정하는 글로벌 투자은행의 수요예측 모델을 기본으로 설계된 영향이다.

특히 최근엔 바이오 등 기술 특례 상장이 잇따르며 적자기업들의 상장이 크게 늘고 있어 보다 자율권과 재량권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 일정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 중인 회사와 달리 향후 성장성 가치를 반영해 증시에 데뷔하는 만큼 공모가 산정방식을 일괄적으로 공시하는 현행 제도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기업실사에 대해 강력한 법적제재를 전제한 엄격한 프로세스를 거치는 반면 공모가 결정과 배정에 대해선 자율성을 부여한다. 미국과 홍콩에선 초과배정옵션, 보호예수약정을 통해 증권사가 기관투자자의 단기수익 편취를 관리하고 있다.

일각에선 기관투자자들도 공모주 청약을 통해 적지 않은 단기수익을 가져가는 만큼 일정부분 책임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이 많은 물량을 받아 단기간에 높은 차익을 가져가면서도 해당 기업에 대해선 어떤 기여도 하지 않고 있다”며 “관련 보고서를 연 2~3회 내도록 한다든가, 단기차익에 대한 반대급부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관들의 공모주 단타를 막지 못한다면, 흥행하는 공모주에 대한 일반청약 비중을 높이라는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에 출석해 “일반투자자 20%에서 비율을 좀 더 소액투자자에게 배분하는 방안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현재 공모주 제도 전반에 대한 현황을 살피며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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