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16일 한전 이사회에 참석한 모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는 정부·여당이 여름철 한시적 할인 결정을 한 직후였다. 한전 이사는 “현행 전기요금이 싸다”면서 만년 적자의 주범인 제 값 못 받는 전기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 내부에서는 “희생뿐 아니라 피해까지 봤다”는 ‘피해자론’도 거론된다고 한다. 수천억 원씩 할인 지원을 하는 등 돈을 쓰고도 욕만 먹는 ‘총알받이’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누진제 완화 여력이 충분해 개편 주장도 했는데 산업부에 묵살됐다는 한탄도 나온다. 정부 정책에 협조할 수밖에 없었는데 ‘부도덕한 공기업’으로 낙인 찍힌 게 억울하다는 것이다.
‘희생·피해자론’에 공감할수록 한전은 누진제 홍역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현실을 직시할 수 없게 되고 합리적 해법을 모색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내년도 올해처럼 찜통더위가 계속될 수 있다. 한시적 누진제 완화 같은 땜질식 정책만으론 뿔난 민심을 바꿀 수 없다. 전기요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반적인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게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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