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제로시대]"정부부터 바꿔라"...행동 나선 미화원들(종합)

靑 찾은 비정규직 "정부청사부터 바꿔야"
최저임금 수준에 상여금 0원..농성 잇따라
비정규직 양산, 기재부 임금 가이드라인탓
"과도한 인건비 우려" Vs "대통령 의지 문제"
  • 등록 2017-05-16 오전 5:30:00

    수정 2017-05-16 오전 8:29:29

정부세종청사에서 5년간 근무한 환경 미화원인 A씨가 구정 연휴가 있던 지난 1월 받은 월급(세후 급여)은 147만1570원에 불과했다.[사진=제보자 A씨]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윤여진 기자] 147만1570원. 정부세종청사에서 5년간 환경 미화원으로 일해온 A씨가 설 연휴가 있던 지난 1월 손에 쥔 월급이다.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해 받는 월급은 올해 최저임금(월 135만223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내년에 보장될지는 미지수다. 3년마다 갱신해 온 계약이 올해 연말에 끝나기 때문이다. 이런 처지에 내몰린 공공 비정규직이 전국적으로 31만명, 정부청사에만 2000명이 넘는다. A씨는 “정부청사조차 비정규직 공화국”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 시대’를 약속하면서 정부청사 비정규직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업무 강도는 센데 인원은 늘지 않고 처우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가 청사에서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들의 처우 개선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靑 찾은 비정규직 “정부청사부터 바꿔야”

세종청사 환경미화원·특수경비원들은 15일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직접 관장하는 세종청사의 청소, 특수경비 용역 노동자와 생명·안전 분야를 다루는 분야부터 직접 고용하는 것으로 ‘비정규직 제로선언’을 실천하라”고 밝혔다. 세종청사 비정규직들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임기 내에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보도를 보고 용기를 내 청와대 앞까지 찾아왔다.

정부세종청사 환경 미화원 등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이 15일 오전 청와대 앞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연합뉴스]
행정자치부 정부청사관리소에 따르면 정부세종·서울·과천·대전청사 등 전국 10개 청사에 근무하는 비정규직은 2422명에 달한다. 이들 모두 다른 외주 업체에 고용된 용역 신분이다. 청소 용역이 802명으로 가장 많고 시설관리(754명), 경비·안내(618명), 통신(118명), 승강기(66명), 조경(64명) 순이다. 청사별로는 세종청사가 1190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대전청사 323명, 서울청사 308명, 과천청사 256명 순이다. 1층 보안 검색, 안내 등 대국민 서비스 대부분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처우는 열악하다. 50~60대 청소 용역들이 손에 쥐는 월급은 150만원 내외에 그친다. 이들 대다수가 상여금을 비롯해 복지 등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한다. 계약 기간은 대체로 3년이지만 업체에 따라 1년 단기 계약도 이뤄진다. 특수경비원 관계자는 “나랏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큰데 처우는 그렇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고용노동부 상담원인 서영진 씨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1500명 가량의 상담사들이 1년 간 1600만원을 받고 수십만명의 민원인을 상대한다”며 “공무원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상담원은 무기계약직 신분이다. 상대적으로 용역보다 고용은 안정돼 있지만 임금은 열악한 수준이다.

이러다 보니 허리, 발목 등을 삐긋하거나 다치는 사고가 노조에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한 환경 미화원은 “사람은 없고 할 일은 많다”며 “급하게 일을 하다 보니 많이 다치게 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처우 문제를 놓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재작년 세종청사 청소 용역들이 파업을 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는 특수경비원들이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다.

비정규직 왜?… “기재부 가이드라인 때문”

그래픽=이데일리
이처럼 비정규직이 줄어들지 않는 건 정부의 정원·예산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정원은 행자부와 기획재정부, 인건비는 기재부가 결정한다. 용역 업체는 조달청의 공개 입찰을 통해 결정된다. 그동안 기재부, 조달청은 가장 저렴한 인건비를 제시한 용역 업체를 주로 채택해왔다.

세종청사 환경 미화원인 봉정선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세종지회장은 “국회 청소용역 사례처럼 인건비를 늘리지 않고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 그동안 기재부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통제해 왔다”며 “이제는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30만명 이상의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인건비 부담이 클 것이란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체 공공부문이 자의적으로 월급을 과도하게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온 것”이라며 “실태조사를 하면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는 공무원을 늘리지 않고 외부 업체에 용역을 주는 기조였다”며 “범정부 차원의 일자리 전환 기조가 나오면 그것에 따라 실행을 하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고용주가 직접 고용하고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은 전일제 근로’인 정규직과 근로 형태가 다른 △한시적 근로자 △시간제(단시간) 근로자 △파견, 용역 등 비전형 근로자 등을 가리킨다. 한시적 근로의 대표 유형인 ‘기간제’는 근로 계약 기간을 정한 계약직, 임시직 근로자 등을 말한다. ‘시간제’ 근로자는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같은 사업장에서 동일 업무를 하는 사람보다 1시간이라도 짧은 근로자로, 통상 1주에 36시간 미만 일하기로 한 파트타이머, 알바 등을 말한다. 비전형 근로에 속하는 ‘파견’은 임금을 주고 고용 관계를 맺은 고용주와 업무 지시를 하는 사용주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를 말하며, ‘용역’은 용역업체에 고용돼 이 업체 지휘를 받아 용역계약을 맺은 다른 업체에서 근무하는 형태로 청소, 경비용역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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