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대학 인권센터…미투 열풍에도 찬밥신세

전국 대학 3곳 중 1곳에만 인권센터 설립
"설립 규정 없는데다 유지비용 등 부담 탓"
학생들 파급효과 큰 SNS 익명 제보에 의존
전문가 "인권센터 제역할위해 대학 관심 필수"
  • 등록 2018-04-01 오전 10:17:50

    수정 2018-04-01 오후 2:57:07

‘3·8 대학생 공동행동’ 참여자들이 지난 8일 오후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직장·대학 내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글=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열풍이 대학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정작 문제 해결과 예방에 앞장서야 할 대학 내 인권센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빈축을 사고 있다. 없는 곳이 부지기수고 있는 곳도 운영이 엉망인 곳이 많다.

대학 내 인권센터 설립 등에 관한 규정이 딱히 없는데다 인건비 등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학교 측이 센터 운영에 소극적인 영향이 크다. 전문가들은 대학 내 인권센터 설립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일 이데일리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28개 대학 중 인권센터가 있는 대학은 34곳(29.7%)에 불과하다. 대학 인권센터는 교내에서 일어난 성폭력·부조리 등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상담과 신고를 받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을 한다. 대학 재정 사정이 양호한 수도권 대학은 인권센터를 운영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문제는 지방대다. 재정이 열악할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학생회 등을 통해 학생들이 조직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 탓에 인권센터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인권센터가 없는 94개 대학 중 70개가 지방대로 분류된다.

인권센터를 설치한 대학도 영세한 곳이 많다. 34개 대학 인권센터 직원은 상임·비상임 인원을 합쳐서 146명에 불과하다. 대학당 4명 꼴이다.

수도권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인권센터 설립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대학 간 합의가 없다 보니 대학도 딱히 의지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인권센터를 설립하더라도 주먹구구식의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과 거리가 먼 업무를 맡고 있는 기구가 인권센터 간판까지 내걸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은 지난해 대학 내 인권센터 설립을 의무화하는 등 대학 내 성폭력 피해를 대응·예방할 수 있도록 한 ‘대학인권센터 설치의무화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현재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노 의원은 “대학가에 성폭력 관련 폭로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지만 피해자들을 지원할 학내 인권기구는 부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센터를 설치한 곳도 학내 구성원들의 외면으로 제구실을 못하는 곳이 적지 않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서울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학 인권센터 성희롱성폭력 상담소에서 올해 1~2월 두달간 접수한 성폭력 신고·상담은 3건에 불과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권센터 등 사회 전반적인 조직들이 개인들이 만족할 정도로 존엄성과 인권을 지켜주지 못했던 것 같다”며 “학생들이 ‘못믿을 학교에 맡기느니 직접해결하겠다고 나서면서 SNS 폭로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수도권 사립대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예산과 인력 고용 등 교내 인권센터 운영을 지원하는 대학 측의 관심과 재정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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