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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두리 김미영 기자]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로 서울의 집값이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지방으로 원정 투자하는 서울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광주·부산·울산 등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방 거점 대도시의 주택 매입 거래량이 치솟고 있다. 서울에서 매물 잠김현상으로 거래절벽에 부딪힌 이들이 남하하면서 새로운 투자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4일 한국감정원의 주택 매입자 거주지별 거래 통계를 보면 가장 눈에 띄는 지역이 광주다. 올해 10월 서울 거주자가 광주 주택을 매입한 거래량은 688건을 기록했다. 월 평균(105건) 거래량의 6.5배 많은 수준으로, 2006년 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월별 거래량이 가장 높은 수치다.
현재 광주는 미분양은 줄면서 아파트 가격이 높아지는 등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경제만랩에 따르면 광주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해 9월 194가구에서 올해 9월 139가구로 28% 줄었다. KB부동산은 11월 광주 아파트의 중위가격이 1억 9772만원으로 전년 대비 8.79% 상승해 5대 광역시 평균(1.95%)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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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지난달 정부가 해운대구·동래구·수영구 등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면서 집값이 요동치는 지역이다. 10월 서울 거주자가 부산 주택을 매입한 건 150건으로, 역시 전달인 9월(115건)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외지인의 투자 유입에 따른 집값 상승도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감정원의 자료를 보면 11월 둘째 주 부산 부동산시장은 2017년 3분기 이후 약 113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조정지역 해제 직전인 10월 4900건으로 올해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제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한 ‘해운대 힐스테이트 위브’ 전용면적 153.57㎡는 지난 10월 28일 8억9500만원(28층)에 거래됐지만 11월에는 같은 평형이 13억5000만원(22층)에 팔렸다. 조정지역 해제 후 한달 만에 가격이 무려 4억5000만원 이상 급등한 것이다. 부산 해운대구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조정지역에서 벗어나면서 해운대구와 같은 랜드마크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면서 “서울에서 문의와 투자를 하는 곳이 최근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금은 일시적으로 거래가 이전보다 늘어나고 가격이 오를 수는 있지만 상승폭이 계속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