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1126兆 중심에 서다'…글로벌 자본시장 주무르는 K-파워

글로벌 자본시장 내 한국계 인사 주목
이규성, 칼라일 그룹 단독 대표로 선임
KKR 조셉 배·블랙스톤 마이클 채 주목
하버드대 동문에 수백억 연봉 '공통점'
"국내 자본시장 관심 갖는 계기될 것"
  • 등록 2020-07-28 오전 1:30:00

    수정 2020-07-28 오전 1:3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1126조(兆)원.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꼽히는 블랙스톤(Black Stone)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Carlyle) 그룹의 자산운용규모(AUM)을 더한 수치다. 대한민국 한 해 예산(지난해 책정 기준 514조원)의 두 배를 훌쩍 웃도는 금액이다.

헤아리기조차 버거운 자금의 중심에는 한국인이 자리하고 있다. ‘조용하고 의견 개진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고정관념에 아시아계 인물에 색안경을 끼던 글로벌 자본시장이 한국계 인사들에게 천문학적인 자금 집행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이른바 ‘K-파워’가 날로 커지면서 국내 자본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1126조원 주무르는 ‘한국계 3인방’

자금운용규모(AUM) 260조원(올해 1분기 기준)에 달하는 ‘칼라일’(Carlyle) 그룹은 지난 21일(현지시각) 이규성(55)씨를 최고경영자(CEO)에 선임하며 새 변화를 알렸다. 수백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칼라일 그룹에서 한국계 단독 CEO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65년 미국 뉴욕주 알바니(Albany)에서 태어난 이 대표는 연세대 경영대학장을 지낸 고(故) 이학종 교수의 아들이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과 응용수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 경영대학원을 나온 그는 골드만삭스와 맥킨지&컴퍼니를 거쳐 투자은행인 ‘워버그 핀커스’에 들어가 사모펀드 업계에서 21년간 일했다.

그러던 2013년 칼라일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윌리엄 콘웨이의 추천으로 칼라일그룹 투자 담당 임원으로 영입된 지 7년여 만에 그룹 수장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2014년 3월 ADT캡스를 약 20억달러(2조1000억원)에 인수한 뒤 2018년 5월 SKT-맥쿼리 컨소시엄에 2조 9700억원에 재매각하면서 4년 만에 1조원 가까운 차익을 실현해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주변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려운 사업을 성사시켜 ‘문제 해결사(problem solver)’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자산규모 250조원에 달하는 KKR 공동 대표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조셉 배(Joseph Y. Bae·48)는 ‘40억달러의 사나이’로 불린다. 하버드대를 우등 졸업하고 골드만삭스 직접투자부문(PI)에서 일하다 1996년 KKR로 자리를 옮긴 그는 2006년 당시 국내 2위 맥주 업체였던 오비맥주를 벨기에 AB인베브로부터 18억달러에 인수한 뒤 5년 만에 58억달러에 되팔며 40억 달러의 차익을 남겼다.

세계 최대 규모(616조원)의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마이클 채(Michael Chae·51)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손꼽히는 한국계 인물이다. 그 역시 하버드대를 우등 졸업하고 뉴욕 투자은행인 ‘딜런리드’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칼라일그룹을 거쳐 1997년 블랙스톤에 합류했다. 이후 글로벌 사모 투자 대표로 있다가 2015년 CFO에 오르며 5년째 블랙스톤 내 핵심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M&A 시장 매력적 평가…훈풍 기대감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한인 2세로서 하버드대 동문이라는 점, 내로라하는 글로벌 투자회사에서 커리어(경력)를 쌓았다는 점 등이다.

무엇보다 우수한 학업 성적에도 한국계 가정에서 성공적인 진로로 꼽던 법조인이나 의사의 길 대신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꼽히는 뉴욕 ‘월 스트리트’(Wall Street)에 뛰어들어 실력을 인정받은 부분도 남다른 점으로 꼽힌다.

어느덧 월가의 중심으로 올라선 이들의 연봉도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경제 데이터 업체인 ERI(Economic Research Institute)에 따르면 조셉 배 공동대표의 지난해 연봉은 3497만달러(421억원)로 가장 많았다. 본봉이 860만달러였던 반면 보너스(연금 및 기타 보상) 형태로만 2637만 달러를 받았다. 이어 이규성 대표가 1605만달러(보너스 956만달러 포함), 마이클 채 대표가 1558만달러(보너스 952만달러 포함)를 각각 기록했다.

한국계 인사들이 글로벌 사모펀드 요직을 차지하면서 국내 M&A 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KKR 서울사무소는 최근 부동산·인프라에 이어 프라이빗에퀴티(PE) 부문 인력 충원에 나서면서 국내 시장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칼라일 그룹도 지난달 KB금융지주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2400억원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이달 12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와 함께 6억 달러(7200억원) 규모 인프라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블랙스톤도 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 소재 물류센터와 스타필드 하남 등에 투자하며 국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매물이 다양한데다 대기업의 기업 구조조정 여파가 거세진 상황에서 대기업이 매각하는 자회사나 사업을 사들여 성장시키려는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움직임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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