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발걸음 빨라진 재계, 조직·인사 혁신으로 돌파

“딥체인지해야 생존한다”..워룸 설치도 지시
해외전략 전문가 국내영업에 배치..내수부진 돌파
  • 등록 2016-10-21 오전 6:00:30

    수정 2016-10-21 오전 6:00:30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데일리 최선 이진철 임성영 기자] 주요 대기업들이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조직·인사혁신, 사업재편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경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글로벌 시장의 변화속도가 빨라지는 것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30대 그룹의 국내외 매출 실적은 전년보다 6.3%(82조8000억원)나 감소한 1231조30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와 내년 저성장 기조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가 불확실하다보니 투자와 고용도 주춤하고 있다. 조선, 철강, 해운, 석유화학 등 국가기간 산업도 비틀거리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바뀌지 않으면 도태된다’라는 절박함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딥체인지해야 생존한다”..워룸 설치도 지시

올해 하반기에 돌입하면서 SK그룹은 재계 10대 기업 중 가장 먼저 “딥 체인지 하지 않으면 돌연사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현 경영 상황을 전시에 빗대 “살아 남기 위해 미래를 위한 신사업을 찾아라”고 주문했다. 올해 6월말 열린 그룹확대경영회의에서는 “비효율이 심각하다. 대부분 관계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이다. 기업간 경쟁을 전쟁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지금이 전쟁 상태라면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경영진을 질책하기도 했다. 최근 최 회장이 관계사별로 워룸(war room)을 설치를 할 것을 지시한 이유다.

위기 돌파를 위해 SK그룹은 주요 사업조직을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영역에 전진 배치하는 것은 물론 관계사들이 자산을 합쳐 사업에 나서는 리소스 풀링 등 자산효율화를 시행할 방침이다. 현장경영, 계열사간 협력이 중요한 상황 속에서 워룸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방대한 그룹 조직 내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몇년간 몸집을 키워온 한화(000880)도 조직문화 혁신과 사업재편에 선제적으로 메스를 댔다. 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 인수 등 기업 인수합병(M&A)과 사업다각화에 주력했던 한화그룹은 재계 8위로 올라섰다. 회사 규모에 맞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방대해진 조직을 개편해 효율성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화그룹의 움직임은 최근 이뤄진 선제적 사장단 인사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보통 한화그룹은 계열사별 내년도 사업계획을 작성한 후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사장단을 먼저 교체한 후 ‘바뀐 대표가 직접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라’고 주문했다. 전임자가 작성한 사업계획에 맞춰 사업을 펼쳤던 비효율적인 측면을 해소한 것.

이와 함께 한화그룹은 ‘젊은 한화’를 외치며 승진시 1개월 안식월을 부여하는 등 파격적인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화그룹은 방위산업 세계 10위 도약을 위한 기초작업으로 방산 계열사간 중첩되는 사업을 조정했다. 투자비용의 낭비를 최소화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얘기다.

해외전략 전문가 국내영업에 배치..내수부진 돌파

현대·기아차그룹도 위기상황이다. 글로벌 판매량이 IMF 금융위기 이후 18년 만에 역성장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로 내수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해외 상황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위기 돌파를 위해 ‘현장경영’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석달간 6개국 4만여km를 돌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판매 확대를 통해 위기를 정면돌파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현대차는 최근 중국법인과 국내 영업본부장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국내 영업본부장 자리에 오른 이광국 부사장은 해외 정책 팀장, 수출지원 실장, 브랜드전략 팀장 등의 이력에서 볼 수 있듯 글로벌 전략 능력이 뛰어난 인물로 꼽힌다. 해외 전략 전문가를 국내 영업본부장으로 영입했던 사례가 없었던 만큼 내수 부진 문제의 심각성을 통감하고 조직 문화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전 인사들과는 전문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내수 시장에 맞게 적절히 조율하고 그러다 보면 조금씩 변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사태를 계기로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수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도 문제지만 ‘품질 제일주의’ 명성에 타격을 입었다는 것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1차적으로 갤럭시노트7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 경영성과 취합 및 내년 사업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내달 초부터 한달간 구본무 LG 회장 주재로 진행하는 계열사별 업적보고회를 앞두고 환율 등 주요 경영환경 변수들을 면밀히 검토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수익성과 성장성 위주로 사업재편에도 적극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은 “현재의 상황은 2009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하다. 우리 산업은 새로운 먹거리로 돌파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라며 “먼저 기업들은 조직 구성원들과 위기의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존 사업을 재편해 효율성을 높이면서 미래 먹거리를 구상하는 순서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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