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총수 일가 갑질 사태, 노조로 불똥 튀어

소극적 대응에 실망한 직원들 노조 탈퇴 움직임
27일 항의집회에 조종사새노조 불참 "조합원 요구"
  • 등록 2018-04-27 오전 5:00:00

    수정 2018-04-27 오전 7:20:12

경찰이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권오석 조해영 기자] 지난 25일 오후 객실근무 18년 차인 A씨는 노동조합 탈퇴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일반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A씨는 “노조가 나아가는 방향이 노조원들에게 잘 고지되지 않아서 탈퇴를 결심했다”며 말했다. A씨는 “기존에는 전화를 하면 팩스나 이메일을 통해 노조 탈퇴서를 받아서 제출하면 탈퇴가 가능했다”며 “하지만 노조 탈퇴가 잇따르자 지난 16일부터는 직접 사무실을 방문해야만 탈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귀띔했다.

연일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과 불법 행위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한항공 노동조합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물벼락 갑질’ 조현민(35) 대한항공 전 전무에 대한 사퇴를 요구한 것 외에는 노조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노조를 탈퇴하는 조합원마저 나타나고 있다.

3개 노조 1만2000여명 소속…제보방에 탈퇴 권유 글 잇따라

현재 대한항공에는 조종사들로 이뤄진 조종사노조와 조종사 새노조, 조종사를 제외한 객실·정비 업무 등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가입하는 일반노조 등 3개의 노조가 존재한다. 3개 노조의 소속 인원은 약 1만2000명이다.

조현민, 조현아 자매의 땅콩회항과 물벼락 외에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등 총수 일가의 갑질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18일 노조원으로 추정되는 한 직원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 갑질과 불법행위를 제보하기 위해 카카오톡 오픈방에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을 개설하면서부터다. 불과 개설 일주일 만에 제보방에는 1500명이 넘는 전·현직 직원들이 가입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보방에는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불법ㆍ비위 행위를 폭로하는 제보가 줄을 이었다. 조 회장 일가가 고가 명품 등의 가구와 의류, 식품 등을 세관을 통하지 않고 직원들을 동원해 밀반입했다는 의혹도 이 제보방에서 나왔다.

최근들어 제보방에는 노조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내는 글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대상은 일반 노조로 가입 탈퇴를 권유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직원은 제보방에 “일반노조는 진정성이 없다. 사측이 노조원들을 와해하고 무력화시켰다”“며 ”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노조세력으로 (진정성 있는 노조원들을) 대체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은 “노조를 탈퇴하고 제2노조를 결성하자”며 “조회장 일가를 퇴출하고 대한항공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야한다”고 했다.

조종사 새노조 “조합원들의 뜻” 대규모 항의 집회 불참

노조간 분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3개 노조는 27일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하지만 조종사새노조가 갑자기 불참을 선언했다. 조종사새노조는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불참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사 측에 주장하는 내용과 관련해 노조간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해서라는 의견도 나온다.

노조 측은 최선을 다해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일반노조 관계자는 “지금 우리도 할 만큼 하고 있다”며 “무작정 회사를 찾아가 점거하고 유리창을 깰 수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노조 탈퇴 방법이 까다로워졌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탈퇴는 직접 방문이 원칙”이라며 “노조원들의 편의를 봐줬더니 당사자 대신 탈퇴를 신청하는 경우가 있어 원칙대로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7일 집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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