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매도 시장이 외국인, 기관에게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거래소 공매도 업무규정이나 증권사 전산시스템상 외국인, 기관이 너무 쉽게 무차입 공매도를 자행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한 무차입 공매도를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 및 감독 강화가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특정 종목의 주가를 떨어뜨리고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등 시세조종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요구도 외국인, 기관의 시세조종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공매도에 대한 규제가 약할까. 아니다. 공매도 거래비중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전체 거래대금 중 공매도 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코스피 시장이 6.4%(2016년 기준)로 미국(42.4%), 일본(39.4%)의 7분의 1 수준이다. 코스닥 시장은 1.7%에 불과하다. 반면 전 세계 유례없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도입하고 있고 투자자별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 공매도 호가 규제(업틱룰, uptick-rule) 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강도 높게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불만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란 평가다. 정작 법에서 금지해놓은 무차입 공매도가 너무 쉽게 자행되면서 구멍이 뚫린 채 공매도 제도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둑 든다고 창문에 창호지를 덕지덕지 붙여놨으나 정작 대문은 활짝 열어놓은 꼴이다. 더구나 무차입 공매도는 가격 변동성을 높이고 시세조종에 활용될 수 있단 이유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금지해놓은 제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법령상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으나 거래소 업무규정에서 차입된 내용을 확인도 하지 않고 공매도 주문을 한 후 외국인, 기관 등이 알아서 주식을 채울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며 “시세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할 여지를 줘 시장을 극단적으로 공매도 천국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과징금 무서워 무차입 공매도 못 하게 사후 규제 강화해야”
이에 따라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사후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단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2011년 무차입 공매도를 저지른 증권사와 외국계 투자자에게 가해진 제재는 최고 5000만원의 과태료에 불과했다. 작년에서야 이 과태료가 최대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공매도가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등 불공정거래에 이용됐다면 과태료 부과 예정액의 50%까지 더 부과할 수 있으나 현재 금융당국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공매도를 잡아낼 만큼의 조사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작년 한미약품(128940) `기술계약 해지` 미공개 정보 공매도 조사때에도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어 한 명도 잡지 못했다.
더구나 공매도 위반으로 적발된 이후에도 언제든 공매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공매도 규정 위반자는 전 증권사에 그 정보가 통보되지만, 이들이 공매도할 때 받게 되는 패널티는 공매도 주문시 자기 보유 계좌에 빌린 주식이 있어야 한다는 점 뿐이다. 이 역시 작년에 강화됐을 뿐, 그 이전엔 증권사가 차입계약서를 확인한 후에 공매도를 주문하도록 한 게 다였다. 무차입 공매도를 저질렀다면 다시는 공매도 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할 만큼 강한 제재를 가해야 한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 나라에서도 거래의 신속성, 규제 비용 등을 고려해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사전 규제를 강화하진 않는다”며 “그 대신 무차입 공매도를 저질렀을 경우 상상 이상의 과징금 등을 부과해 투자자 스스로 과징금이 무서워 무차입 공매도를 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사전 규제를 강화하기보다 사후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용어설명)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공매도를 통해 시세를 조종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매도 거래가 급증한 종목에 대해 다음 거래일에 거래를 금지하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