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결렬’보다는 ‘압박과 회유’에 무게를 둔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뜯어 보면 곳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의지가 드러난다. “나와 당신 사이에 훌륭한 대화가 이뤄졌다”거나 “(북한 억류 미국인 3명의 석방은) 아름다운 몸짓이었다”고 밝힌 부분에선 ‘파국’을 염두에 둔 인물의 발언으론 전혀 보이지 않는다. 더 나아가 “마음을 바꾸면 주저하지 말고 전화하거나 편지를 달라” “언젠가는 만나기를 고대한다” 등의 메시지에선 ‘나는 기다릴 것’이라는 속내까지 묻어난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했던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한 나라를 이끌어 갈 엄청난 능력을 보여준 인물”이라고 치켜세운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으로서도 북·미 정상회담이 물 건너 간다면 대내외적으로 ‘실패한 외교’를 자임한 꼴이 된다는 점에서 아직 희망의 불씨는 남아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인질 석방과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라는 선물만 주고, 얻어낸 건 전무하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북한국민에게 ‘핵’보다는 ‘경제 발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마당에 다시 대결구도로 돌아가 핵개발에 몰두하게 된다면 자존심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다.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위원장이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에 반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의 고강도 도발에 나설 경우 파국은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이) 어리석거나 무모한 행동을 한다면 군사적 대응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