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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청와대 대변인 발탁 이후 ‘상선약수’(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란 말로 각오를 다졌던 고민정 대변인이 24일로 업무 한달을 맞는다. 스스로를 낮추면서 다투지 않는 선한 물과 같은 대변인이 되겠다는 다짐이었다. 이후 고 대변인은 다소 논쟁적 사안에도 에둘러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전임이었던 김의겸 대변인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선보였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지만 본인만의 독특한 청와대 브리핑 시스템을 만들어면서 대과없이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 기간 文캠프 합류…文대통령 두터운 신임 속 초고속 승진
고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대선 기간 중 정치인이 아닌 일반인 가운데 첫번째로 영입한 인사다. KBS 아나운서였던 고 대변인은 2017년 사표를 내고 대선 캠프에 합류하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 고 대변인의 남편인 시인 조기영 씨가 고 대변인의 캠프 합류 당시 “당신을 문재인에게 보내며”라는 제목으로 쓴 편지가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기영 씨는 편지에서 문 대통령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그는 우리와 두 시간 가량의 대화를 끝내며 이렇지 말했지. ‘우리랑 같은 과시구만’.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아, 이걸로 마누라 뺏기는구나, 하였소”라고 전했다.
대과없이 부대변인으로서 업무를 수행해왔음에도 지난달 그의 대변인 임명은 다소 파격으로 평가됐다. 올 초 한차례 사의설이 돌았던 그가 지난 2월 선임행정관(2급)에서 비서관(1급)으로 승진한 데 이어, 2개월만에 다시 대변인으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직급은 비서관이지만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주요 회의와 행사에 모두 배석해야 한다. 이때문에 수석비서관(차관급)에 버금가는 막중한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고 대변인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매일 춘추관 방문 약속 지켜…대변인으로 소통 창구 일원화는 부담
그 가운데 고 대변인은 논쟁적 사안에 대해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고 대변인은 지난 17일 김현아 자유한국당이 문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에 비유한 것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에는 “정말 국민들이 생각하는 정치의 모습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지난 21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대변인짓’이라며 거칠게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라고만 밝혔다.
앞서 “논쟁보다는 이해시키고, 또 설득시킬 수 있는 그런 대변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지켜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청와대의 언론대응 창구가 사실상 대변인으로 일원화돼 있다는 점은 적잖은 부담이다. 문 대통령의 주요 발언 및 비공개 회의 내용 전달은 물론 외교안보·경제분야 현안 답변까지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고 대변인 임명 이후 대변인실이 기존 ‘1 대변인·2 부대변인’ 체제에서 ‘1 대변인·1 부대변인’ 체제로 축소되면서 업무가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