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父子 재회…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 담았죠"

국립극단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주연 배우 남명렬·정원조 인터뷰
2013년 연극계 화제작, 초연 멤버
"한국 현대사에 대한 메시지 전해"
  • 등록 2019-10-15 오전 6:00:00

    수정 2019-10-15 오전 6:00:00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콘셉트 이미지. 배우 남명렬(왼쪽), 정원조(사진=국립극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정원조 배우는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늘 똑같아요. 나는 이렇게 나이가 들었는데…. 허허허.”(남명렬) “아니에요. 선생님도 한결 같으신 걸요.”(정원조)

최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만난 연극배우 남명렬(60), 정원조(41)는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영락없는 부자(父子) 같았다. 연극계를 대표하는 두 배우 사이에는 선후배에서 볼법한 권위는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선배님께 자주 연락드리지는 않지만 가끔 보고 싶은 대본이 있거나 하면 연락을 드리곤 한다”는 정원조의 말이 더욱 그랬다.

이처럼 끈끈한 두 배우를 국립극단에서 만난 것은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10월 16일~11월 10일 명동예술극장) 때문이다. 연극연출가 김재엽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두 배우는 2013년 초연부터 줄곧 이 작품으로 호흡을 맞춰왔다.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콘셉트 이미지. 배우 남명렬(사진=국립극단).


◇“개인 일생에 우리 역사 촘촘히 엮어”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작품상·연기상·무대예술상을 비롯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월간 한국연극 ‘공연 베스트7’ 등에 선정된 화제작이다. 2014년 한 차례 재공연했다. 이번에는 국립극단 제작으로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두 배우는 “서로 언제 다시 ‘알리바이 연대기’를 공연할 수 있을지 이야기하고는 했는데 이렇게 다시 공연을 올리게 돼 기분이 좋다”며 오랜만의 재회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작품은 김재엽 연출의 실제 가족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이후 대통령 9명의 시대를 지나온 아버지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을 담아내고 있다. 초연 당시 “개인의 일생에 우리 역사를 촘촘히 엮은 전개로 한국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명렬, 정원조가 ‘알리바이 연대기’에 참여하게 된 것은 김재엽 연출과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특히 정원조는 대학 시절부터 김 연출과 각별한 사이. 공연에서는 직접 김재엽 연출 역을 맡아 화자로 극을 이끈다. 그는 “한 개인의 이야기와 시대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지는 작품”이라며 “김재엽 연출을 연기하기 보다는 화자로서 최대한 나의 가치관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데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라는 점은 최근 한국사회의 이슈인 ‘세대 갈등’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작품은 세대 갈등보다 한국의 현대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다. 지난 공연 이후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같은 주제의식을 담았다는 것이 두 배우의 설명이다.

남명렬은 “‘알리바이 연대기’는 늘 경계인으로 살았던 아버지의 삶을 통해 바라본 한국 현대사를 다루고 있다”며 “초연과 첫 재공연 이후 5~6년의 시간이 흘러 한국사회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역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초연 당시 작품이 가진 메시지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원조는 “정권이 바뀌는 등 초연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현실은 혼란스럽지 않나”라며 “과거나 지금이나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늘 같기 때문에 이번 공연 또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콘셉트 이미지. 배우 정원조(사진=국립극단).


◇두 배우, 2008년 연극 ‘프루프’로 첫 만남

1978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남명렬은 연극은 물론 드라마·영화 등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중견배우다. 그는 스스로를 “재주 있게 빼어난 무대를 보이는 배우가 아니라 작품은 배경을 잘 깔아주는 배우다”라고 겸손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그 겸손한 태도가 있었기에 ‘알리바이 연대기’로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내년까지 임기인 서울연극제 예술감독을 맡는 등 한국 연극계를 든든히 이끌고 있다.

한양대에서 연기를 전공한 정원조는 서른한 살이던 2004년 연극 ‘트루 웨스트’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배우 생활이지만 대학로를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존재감을 쌓아왔다. 지난해부터 국립극단 시즌 단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두 배우의 첫 만남은 2008년 연극 ‘프루프’. 이후 ‘알리바이 연대기’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2016년 ‘달빛 안갯길’에서도 함께 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연극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에게 연극을 하는 원동력은 바로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다.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생기기도 해요. 하지만 기대가 있기에 연극을 계속 할 수 있습니다.”(정원조). “나는 배우니까 배우의 삶을 계속 살아야죠. 내가 선택한 이 삶을 잘해내는 것, 그게 배우를 계속하게 만드는 힘입니다.”(남명렬)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콘셉트 이미지. 배우 남명렬(왼쪽), 정원조(사진=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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