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사건들, 그 뒤에는 '탈세'가 있었다

탈세의 세계사
오무라 오지로|272쪽|더봄
  • 등록 2020-01-15 오전 5:03:00

    수정 2020-01-15 오전 5:03: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매달 급여명세서를 볼 때마다 기쁨과 한숨이 교차한다.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한 대가가 돌아왔다는 기쁨, 그 중에서 일부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한숨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세금을 필요한 것이라고 인식하면서도 골칫거리 같은 존재로 여긴다. 남들 다 세금 낼 때 혼자 아무 것도 안 내는 ‘탈세’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여기서 기인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세금과 탈세에 관심을 쏟는 삶을 살아온 것일까. 일본 국세청에서 국세조사관으로 일했던 저자에 따르면 “역사상 ‘세금 없는 국가’라는 것은 존재한 적이 없다”고 한다. 고대 로마의 경우 시민들로부터 직접 세금을 거둬들이지는 않았지만 관세를 징수했고 식민지로부터도 세금을 징수했다. 역사상 국가의 모습을 갖춘 뒤 세금은 시민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세금의 그늘’인 탈세도 다르지 않다. 마치 선과 악, 빛과 어둠 같은 양면처럼 세금이 등장함과 동시에 탈세도 함께 역사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고대사에서도 그 흔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나라 시대의 고대 문서에는 탈세에 관한 벌칙이 기술돼 있다. 과세가 적었던 것으로 알려진 고대 그리스도 ‘안티도시스’라는 탈세 밀고 제도가 있었다고 하니 세금과 탈세가 얼마나 밀접한지 알게 한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금이 국가와 세계사의 방향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살핀다. 특히 탈세가 국가의 흥망과 역사적 사건의 고비마다 어떻게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주목한다. 정치적 사건 또는 전쟁 중심으로 서술되는 역사의 이면에는 세금과 탈세가 영향을 미치고 있었음을 실제 역사를 통해 증명한다. 로마제국 붕괴, 미국의 독립전쟁, 중국의 진한교체기 등 역사가 전환기를 맞이한 배경에는 대규모 ‘탈세’와 ‘세제 시스템계의 기능부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세계사도 세금과 탈세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니 색다르게 다가온다. 이를 통해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공정하지 않은 세금은 국가를 쇠퇴시킨다”는 것이다. 부유층과 특권계층이 세금을 회피하면 그 부담은 서민에게 전가돼 빈부격차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국력의 쇠퇴로 인한 국가의 쇠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회 양극화로 저출산·고령화의 위기를 눈앞에 둔 한국 사회도 주의 깊게 새겨들어야 할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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