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스포츠 아니다"…그들의 찐야구 사랑[오너의 취향]

최고인기 스포츠 '프로야구'…총수도 예외 아냐
총수의 야구사랑→모기업 화끈한 지원 '선순환'
너도나도 야구장行…'신세계' 정용진 단연 화제
  • 등록 2022-08-31 오전 6:30:00

    수정 2022-08-31 오전 6:30: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는 대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스포츠다. 대기업 총수들의 프로야구에 대한 사랑은 막대한 투자로 이어지며 프로야구판의 사이즈를 키워왔다.

한국 프로야구는 전두환의 신군부 시절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돌리기 위한 3S 정책의 일환으로 출범했다. 여전히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던 1980년대 초 우리나라에서 프로스포츠는 그 자체로 산업이 되긴 어려웠다. 결국 돈을 가진 기업들이 직접 프로야구 구단에 뛰어들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리움박물관 관장이 2015년 5월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이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스1)
1982년 첫 번째 한국프로야구 시즌엔 △삼성 라이온즈 △OB 베어스 △MBC 청룡 △삼미 슈퍼스타즈 △해태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등 6개 구단이 참여했다. 선수단 운영에 막대한 자금을 들어갔던 만큼 이들 구단들은 모두 모기업의 자금 지원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출범 초기부터 프로야구는 다른 프로스포츠 인기를 압도했다. 기업들도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프로야구에 참여했던 출범 당시와 달리 홍보 측면에서 큰 효과를 본다고 보고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야구단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총수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프로야구가 엄청난 인기를 끌며 대기업 총수들의 야구단에 대한 애착도 커지게 됐다.

‘재용불패’로 통하는 이재용 부회장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 라이온즈 창단 당시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직접 구단주를 맡으며 구단에 큰 애착을 보였다. 삼성 라이온즈는 1등주의를 추구하는 삼성그룹의 방향성을 그대로 투영해 프로야구판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한때 ‘돈성’(돈+삼성)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같은 막대한 투자엔 그룹 총수였던 이건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0년대 들어 삼성은 프로스포츠 구단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줬다. 모기업의 자금 지원을 줄이는 대신 보다 효율적 투자로 거듭난 것이다. 투자는 과거에 비해 줄었지만 야구단에 대한 총수일가의 애착은 여전하다. 야구광으로 유명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기업 총수와 비교해도 야구장을 자주 찾았다. 야구장 방문 시 라이온즈의 승률이 높아 라이온즈 팬들 사이에서 ‘재용불패’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01년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해 ‘기아 타이거즈’를 창단했다. 국내 올림픽 효자 종목인 양궁 ‘키다리 아저씨’로 유명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직접 기아 타이거즈 구단주를 맡았다. 2017년 기아의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엔 두 차례나 직접 야구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애정을 보여왔다.

현대가는 오래 전부터 프로야구에 관심을 보여왔다. 기존 구단들의 견제로 현대가는 1996년에서야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한 ‘현대 유니콘스’를 창단해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창업주인 정주영 당시 명예회장이 고령의 몸에도 현대 유니콘스 창단식을 찾아 대형 기념구에 직접 사인을 하기도 했다. 현대그룹이 2000년대 들어 위기를 맞으며 현대 유니콘스도 흔들리다가 2008년 1월 해체한 후 히어로즈로 재탄생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이 2017년 10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를 나란히 앉아 관전하고있다. (사진=일간스포츠)
LG家 “한국시리즈 MVP에 주겠다”

유통 대기업인 롯데그룹은 한국과 일본에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의 롯데 자이언츠와 일본의 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주를 모두 직접 맡고 있다. 신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이후 직접 롯데 자이언츠를 챙기는 것은 물론, 1995년부터 맡아온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의 구단주 대행 역할에서 ‘대행’ 꼬리표를 2020년 뗐다. 집무실이 위치한 롯데월드타워 인근 잠실야구장을 주로 방문했던 신 회장은 지난달 7년 만에 부산 사직야구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LG그룹 역시 총수일가의 야구사랑 면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운 기업으로 통한다. 특히 고 구본무 명예회장의 야구사랑은 그룹 내에서도 돋보였다. 그는 LG 트윈스 창단 직후부터 2007년까지 구단주로서 적극적인 투자를 지원했다. 2000년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한국시리즈 우승 시 백지수표를 공언하기도 했다. 또 1995년 선수단 우승시 마시자며 아와모리 소주를 사왔고, 1998년 출장 중엔 한국시리즈 우승 시 MVP에게 주겠다며 당시 8000만원가량이던 롤렉스 레오파드 데이토나 시계를 사오기도 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화끈한 성격답게 야구단에 대해서도 화끈한 투자로 유명하다. 빙그레 이글스 창단 때부터 구단주 역할을 해올 정도로 야구를 좋아하는 그는 과감한 투자로 한화 팬들이 원하던 FA 선수나 감독을 영업하기도 했다. 2018년 한화가 오랜 암흑기를 끝내고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자 “오랫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해 이글스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또 한편에서는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다”며 사비 수천만원을 들여 팬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하기도 했다.

‘롯데 도발’ 정용진, 야구 흥미 요소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야구단과 관련해 가장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그는 신세계가 SK그룹으로부터 야구단을 인수해 ‘SSG 랜더스’를 창단한 후 소셜미디어 등에 야구단에 대한 엄청난 애착을 드러내며 화제를 모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추신수 선수를 영입한 것은 물론, 유통기업의 장점을 살려 인천 문학경기장을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SSG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4월 4일 SSG랜더스의 정규시즌 첫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사진=SSG랜더스)
SSG 홈구장에선 정 부회장 이름을 새긴 유니폼을 입은 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는 소속 선수들과도 격의 없이 지내는 모습을 여러 차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통 맞수 롯데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수차례 도발을 하기도 했다. 그는 “롯데가 본업(유통) 등과 야구단을 잘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며 “우리는 본업과 연결시킬 거다. 우리를 울면서 쫓아오게 될 거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참여한 두산그룹 역시 총수일가의 야구 사랑으로 유명하다. 총수일가 3세대 형제경영에 이은 4세대 사촌경영을 실현하고 있는 두산그룹은 ‘두산 베어스’ 야구단 구단주 역할을 그룹 회장이 맡고 있다. 박용오 전 회장은 역대 최장 KBO 총재를 맡기도 했다. 특히 총수일가 3세대 마지막 회장인 박용만 전 회장과 4세대 첫 총수인 박정원 현 회장은 수시로 가족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두산그룹은 2020년 두산중공업 위기 당시 ‘두산 베어스’ 야구단을 매각하라는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하기도 했다.

IT기업 NC소프트가 2011년 ‘NC 다이노스’를 창단하며 20년 이상 유지되던 프로야구 8개 구단 체제를 깼다. 고 최동원 선수의 오랜 팬이라고 밝혀온 김택진 대표는 창단 계획을 밝혔을 당시 ‘모기업 규모’에 대한 야구계 안팎의 우려가 제기되자 직접 “내 재산만 갖고도 프로야구단을 100년은 할 수 있다”는 말로 설득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약속대로 대대적 투자를 통해 2020년 NC다이노스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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