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과 천상의 예술이 어우러진 곳…일본 다카마쓰 여행

11월 4일까지 '세토우치국제예술제' 열려
12개섬 곳곳엔 친환경 미술품이 즐비
하루키 감동시킨 사누키우동의 본고장
공항엔 우동 투어용 택시가 상시 대기해
겨울에도 바람이 없고 날씨 따뜻해 골퍼들의 천국
  • 등록 2013-10-15 오전 8:19:53

    수정 2013-10-15 오후 1:56:01

다카마쓰 해안에서 바라본 일출. 다카마쓰 시는 시코쿠 섬의 북쪽의 위치한 도시로 우리 남해안과는 마주보는 지형이다. 그래서인지 일출이 일몰같은 느낌을 준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일본 시코쿠 섬은 일본 열도를 구성하는 네 개의 주요 섬 중 가장 작은 섬이다. 도쿠시마·가가와·에히메·고치 등 네 개의 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가가와 현은 맛과 예술이 어우러진 땅이다. 우동 한 그릇에 반한 이방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건축미가 도드라진 미술관들은 바다와 맞닿아 있다. 천혜의 자연과 함께 예술과 맛이 어우러진 흔적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최근 가가와 현의 아름다운 도시 다카마쓰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항 주변과 인근 섬에서 ‘세토우치 국제예술제’가 열리고 있기 때문. 때 묻지 않은 한적한 어촌 시골마을에 일본의 옛 정취와 현대미술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물론 그 속에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메기지마의 ‘20세기의 회상’이라는 작품. 하게타카 훈조의 작품으로 선착장 부근에 설치되어 있다. 커다란 돗대와 피아노 모형을 한 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예술·바다 돌아보는 100일간 탐험…세토우치 국제예술제

국제예술제를 관람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다카마쓰 항. 다카마쓰 항은 혼슈와 시코쿠 지역을 잇는 중요한 교통 관문이다. 예술제가 열리는 섬으로 떠나는 배를 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는 나오시마를 중심으로 데시마·메기지마·오기지마 등 12개 섬에서 개최되고 있다.

그중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나오시마 섬은 1990년 이전까지만 해도 조용한 시골에 불과했다. 1989년 시작된 재생 프로젝트에 의해 예술가들 손길이 닿기 시작하면서 예술 섬으로 조금씩 탈바꿈했다. 미술관이 들어서고 섬 곳곳에 예술작품이 만들어지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예술여행지가 된 것이다. 그 중심에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안도가 건축한 지중미술관과 베네세하우스는 나오시마의 대표적인 건축물이 됐다고 한다. 예술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10월은 예술제가 열리는 마지막 달. 서둘러 배를 탔다. 국제예술제를 제대로 보려면 최소 5일은 걸린다. 일정이 충분하지 않다면 미리 어디를 볼지 계획을 세워 일부 섬을 둘러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오기지마 섬의 ‘오기지마의 혼’ 작품.
▲어촌마을 소소한 풍경도 예술작품…오기지마

다카마쓰 항에서 오기지마 섬으로 이동할 수 있다. 비탈진 산자락에 민가가 밀집해 있는 섬. 주민도 200여명밖에 안 된다. 오기지마 섬에 전시된 예술작품도 이곳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렸다.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와 어촌마을의 소소한 풍경을 그대로 담았다. 대표적인 작품이 ‘온바팩토리’다. 온바는 유모차를 가리키는 말로 섬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끌고 다니는 수레도 온바라고 부른다. 가가와현 출신 5명의 아티스트들이 주민의 온바를 빌려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켜 온바팩토리를 세웠다. 노인과 비탈이 많은 오기지마의 섬 생활을 온바로 표현한 것이다.

오기지마의 온바팩토리라는 작품. 온바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보조보행기구를 말하는 것. 작가들이 오기지마 노인들의 온바를 빌려 작품으로 만들었다.
섬의 항구 쪽에 설치된 ‘오기지마의 혼’이란 작품도 눈길을 끈다. 물을 끌어들여 수면 공간을 조성하고 그 위에 세운 순백색의 건물은 마치 물 위에 떠있는 하얀 깃털처럼 가뿐한 느낌을 준다. 좌우가 약간 처진 형태의 타원형 지붕의 조형은 세계 각국의 문자들을 조립해 아름다운 추상미를 보여준다. 안과 밖이 다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유리창은 밝고 경쾌한 느낌을 주며 소통이라는 작가의 의도를 담아내고 있다.

‘오기지마의 혼’은 이 섬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안내센터의 기능을 하고 있다. 이밖에 경사면에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민가의 돌담에 표현한 ‘바다, 하늘, 돌담의 마을’, 세토우치 바다의 청명함을 대나무를 사용해 사운드 오브제로 나타낸 ‘소리의 풍경’, 가가와현 대표 전통공예품인 부채를 이용해 전통과 현재의 관계를 재해석한 ‘부챗살의 집’ 등이 있다.

오기지마는 평지가 거의 없는 탓에 민가가 밀집해 있고 그 사이를 엮어가듯 좁은 언덕길이 나 있다.
오기지마 섬의 도요타미 히매 신사 입구. 순산의 신을 모시는 곳으로 유명하다. 섬 외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순산을 기원하기 위해 방문한다고 한다.
▲도깨비들의 섬…메기지마

오기지마 섬을 떠난 배는 메기지마 섬에 잠시 들렀다. 다카마쓰에서 4㎞ 정도 떨어진 작은 섬이다. 메기항 주변에는 방풍·방파용으로 ‘오테’라고 하는 3∼4m 높이의 돌담이 쌓여 있어 섬 특유의 경관을 보여준다. 메기지마 섬 중앙에 있는 해발 216m의 산 중턱에는 귀신이 살았다는 도깨비동굴이 있다. 80여년 전에 모모타로 전설에 등장하는 오니기시마와 메기지마를 접목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후 와시가미네산 정상에 있는 동굴은 도깨비동굴이라 불리며 관광지가 됐다.

메기지마를 대표하는 오카케 신로의 ‘여근’. 작가는 예술제를 위해 메기지마 섬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고 함. 그는 섬 주변을 샅샅이 탐문하던 중 거대한 열대나무를 발견하고 여성의 섬 메기지마를 연상할 수 있는 ‘여근’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세토우치 일대 바다를 360도 조망할 수 있는 산 정상의 전망대에도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다카마쓰와 야시마 섬을 향해 나 있는 해변은 수질이 좋아 일본 환경성이 선정한 ‘쾌적한 해수욕장 100선’에도 뽑혔다. 여름이면 해수욕과 캠핑, 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배가 정박한 곳 일대에는 ‘후쿠타케 하우스’를 중심으로 7개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해변가에 설치된 ‘20세기의 회상’은 그랜드피아노에 4개의 돛을 단 작품이다. 바라보고 있자니 푸른 바다를 항해하는 범선의 위풍당당함이 전해지는 듯했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메기지마 섬의 자연현상을 작품과 일체시킨 ‘갈매기 주차장’도 눈길을 끈다.

가가와현에는 옛부터 식생활 문화의 중심에 ‘우동’이 있었다. 일설에 의하면 현민이 먹는 연간 우동의 양은 일본 전국 평균 5~7배라고 한다. 사누키우동은 헤이안 시대의 ‘코우보우’라는 사람이 당에서 가지고 왔다는 설이 있다. 사누키우동은 면발이 쫀득한 것이 감칠맛이 있다.


▲900여개 우동집 사누키우동의 본고장…다카마쓰

가가와현은 사누키우동으로 오랫동안 명성을 떨쳐 온 맛의 고장이다. 사누키우동은 우동기행을 연재했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단박에 감동시키기도 했다. 나카소네 일본 전 총리도 출장갈 때 챙겼다는 이곳 우동맛은 예술의 경지에 오른 수준이다. 실제로 일본인들은 쫄깃한 면발을 맛보기 위해 일부러 가가와현을 찾고 있다.

현의 중심도시인 다카마쓰를 중심으로 900여개의 우동집이 밀집해 있을 정도로 이곳은 우동천국이다. 줄 서서 먹는 일이 다반사며 대부분의 상가가 문을 닫은 야간에만 영업을 하는 우동집도 있다. 이곳에서는 특이하게 우동투어 전문택시도 다닌다. 검은색 중형 택시의 지붕에 우동모형을 올린 우스꽝스러운 모습인데 역이나 공항에서 출발해 명물 우동맛집 두세 곳을 들른다. 투어비용은 4000~5000엔(약 4만 3000~5만 4000원) 정도. 좋은 밀이 자라는 천혜의 조건은 사누키우동이 명성을 얻는 데 밑거름이 됐다. 국물 없이 간장만 찍어 먹어도 우동은 별미를 낸다. 우동학교도 있으며 발로 반죽을 해 쫄깃한 맛을 내는 광경도 구경할 수 있다.

다카마쓰 공항에는 시코쿠 현의 명물 사누키 우동의 모형이 있다. 사누끼 우동은 면발이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겨울에도 바람 없어 골퍼들의 천국…다카마쓰

다카마쓰는 일본에서 일조시간이 가장 길고 지진이 없는 곳이다. 겨울에도 바람이 불지 않고 기후가 포근해 일년 내내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거리가 가깝다. 다카마쓰 공항이 인천 공항에서 직항 편으로 1시간 3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어 도착 당일은 물론 귀국하는 날에도 라운딩을 할 수 있다.

다카마쓰에는 골프장이 무려 22개나 있다. 일본의 골프장답게 크기가 크지 않고 아기자기하지만 코스의 소프트웨어는 결코 국제적인 골프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인근에 골프장이 많기 때문에 무리한 부킹이 이뤄지지 않아 여유 있게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대부분의 골프장이 인근에 온천이 딸린 숙박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골프를 친 뒤 맛있는 음식을 먹고 피로도 푸는 ‘웰빙 골프’가 가능하다. 비용도 결코 중국이나 동남아와 비교해 비싸지 않다. 아이러브투어(02-734-5677)가 판매하는 골프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경우 왕복항공권 2박3일 숙박식사, 그린피 등 골프비용 전반(45홀 기준)을 모두 포함한 가격이 56만 8000원부터다.

다카마쓰 성의 내원정원은 1917년 만들어진 정원으로 에도시대의 삼존석, 손 씻는 물을 떠 놓은 푼주, 후에 쇼와 천황이 다이쇼 시대에 손수 심은 소나무 등이 있는 곳이다.


▲여행메모

▶주변볼거리

일본 시코쿠 가가와현 다카마쓰시 지도
-다마모 공원=다카마쓰 성터를 정비해 만든 공원이다. 다카마쓰 항 남쪽에 인접해 있다. 다카마쓰 성은 북쪽으로 바다와 접해있고 나머지 삼면은 바닷물을 끌어들인 해자로 둘러싸인 일본 3대 수성 중 하나이다. 1590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인 이코마치 가마사가 쌓았다고 한다. 현재 남아 있는 유구는 에도시대 초기 마쓰다이 라요리시게가 개축한 것이다. 성터 전체가 다마모 공원으로 정비됐다.

-리쓰린 공원= 다카마쓰 시 중앙에 있는 리쓰린 공원은 꼭 들려 봐야 할 명소다. 일본의 3대 명원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일본인들이 3대 정원보다 낫다고 평가하는 곳이다. 비단 잉어가 노니는 커다란 연못, 분재 못지않게 특별히 관리된 소나무 등이 어울려 인공적인 조형미를 강조한 일본 정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는길=인천 공항에서 다카마쓰 공항까지 직항편(아시아나 항공)이 운항한다. 나오시마 섬으로 가는 배편은 다카마쓰 선포트 지역에서 수시로 출발한다. 항구가 JR역과 도보로 연결돼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

다카마쓰 성 입구. 다카마쓰 성은 일본의 3대 수성 중 하나로 1587년 도요토미 히데요시로부터 사누키 일국에게 주어져 이코마 지카마사가 축성했다.
오기지마를 형상화 한 작품. 오기지마 등대는 그 모습이 아름다워 ‘일본 등대 5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래서 오기지마를 형상화 한 이 작품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민가와 등대를 합해 놓았다.
오기지마의 ‘기억의 병’이라는 작품. 사진이나 편지 등 추억이 서린 물건들을 병속에 담아 이를 작품화 했다.
니시보리 다카시의 ‘시간의 복도’라는 작품. 우산의 뼈대를 이용한 이 작품은 우산의 뼈대가 계속 돌아가면서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
오기지마에 설치된 ‘타임튜브’ 작품. 가와시마 다케시와 드림프렌즈의 작품이다.
메기지마의 피아노 콘서트라는 작품. 스즈키 겐이치로의 작품이다.
메기지마의 석상. 메기지마는 여자의 섬이다. 그래서인지 섬 부둣가 근처에 남자의 모습을 한 거대한 석상이 놓여져 있다. 음양의 조화를 위해 그렇게 해 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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