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관광] 호텔급 3만원…여행자쉼터 된 대학기숙사

성공기 기업탐방 19 '캠퍼스스테이'
335개 대학 기숙사·연수원 등 공실
'대체 숙박시설'로 재탄생
1~6만원 저렴하고 객실수 많아
체육관·컴퓨터실 등 편의성 으뜸
평창올림픽까지 10만실 확보 목표
  • 등록 2015-06-04 오전 6:31:00

    수정 2015-07-01 오후 1:52:33

캠퍼스스테이는 방학 중 대학 기숙사에서 생기는 공실을 호텔처럼 쓸 수 있도록 전국 대학과 숙박공유계약을 체결중이다. 최근 대학 기숙사는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학생들의 취향을 고려해 설계단계부터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춰 호텔급 숙소로 손색이 없다. 사진은 지난 5월 캠퍼스스테이와 협약한 목포해양대의 기숙사 편의시설, ①기숙사 내 2인실 ②공용세탁실 ③카페 ④프라이빗 미팅룸.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패러다임은 정부3.0이다. 개방·공유·소통·협력을 바탕으로 국민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관광분야에서도 창조경제 실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융·복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그 일환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이다. 201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관광부문의 창업과 연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공모전의 성과는 눈부시다. 4년간 총 260건의 창조관광사업을 발굴, 그중 170개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했다. 또 501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공모전에 당선한 업체 중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업체를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학 기숙사의 화려한 변신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래관광객은 약 1420만명. 하지만 이들을 수용할 숙박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학교 앞 호텔 건립까지 추진하고 있을 정도.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대체숙박시설이다. 2013년 세계적인 숙박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가 국내에 진출한 후로 이와 비슷한 시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문제는 이 같은 숙박공유 형태는 관광진흥법상 호텔이나 모텔, 여관 같은 일반숙박업이나 취사가 가능한 콘도형 생활숙박업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변종이라는 점이다.

이번에 소개할 업체는 이 틈새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은 회사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캠퍼스스테이(www.campusstay.com). 형태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숙박플랫폼이지만 내용이 다르다. 지역주민의 집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와 달리 캠퍼스스테이는 전국 대학의 기숙사를 여행자와 연결해 숙소를 중개한다. 강점은 교육부의 정식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합법적 숙박시설을 연계한다는 것.

조영호(54) 캠퍼스스테이 대표는 “대학의 기숙사는 교육지원시설이라 학기 중에는 이용할 수 없지만 방학 중에는 공실을 활용해 대체숙박시설로 등록할 수 있다”면서 “교육부와의 산학협력사업을 통해 정식 허가를 받아 운영하다는 것이 다른 공유숙박플랫폼과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캠퍼스스테이를 통하면 국내 주요 도시의 335개 대학 내 시설인 게스트하우스·기숙사·수련원·연수원 등에서 발생하는 공실을 호텔처럼 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효율성이 뛰어난 대체숙박시설인 셈이다.

기숙사 활용이 가능한 건 비즈니스호텔이 부럽지 않은 시설 때문이라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대학 기숙사는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학생들의 취향을 고려해 설계단계부터 1·2인실 위주로 짓는다”면서 “특히 피트니스센터, 세미나실, 컴퓨터실 등 편의시설도 제대로 갖추고 있어 숙박시설로 변경하기도 용이하다”고 했다. 게다가 대부분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주차나 대중교통의 이용이 편리하다는 것, 저렴한 가격(1만~6만원)과 성별에 따라 분리할 수 있어 단체이용이 쉽고, 조용하고 안전하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강규상 한국관광공사 벤처관광팀장은 “캠퍼스스테이는 대학이 소유한 자원과 여행자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연결해 서로 이해하고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한, 아이디어가 뛰어난 업체”라고 소개했다.

캠퍼스스테이는 방학 중 대학 기숙사에서 생기는 공실을 호텔처럼 쓸 수 있돌고 전국 대학과 숙박공유게약을 체결한다. 최근 대학 기숙사는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학생들의 취향을 고려해 설계단계부터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춰 호텔급 숙소로 손색이 없다. 사진은 지난 5월 캠퍼스스테이와 협약한 목포해양대의 기숙사 편의시설, ①기숙사 전경 ②기숙사 4인실 ③해양시뮬레이터 ④공용식당


▲성공한 사업가에서 실패한 사업가로

“사업 실패로 공사장 막일까지 했던 쓰라린 경험이 오히려 지금의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습니다.” 조 대표는 성공과 실패의 쓰라린 경험을 두루 가진 드라마틱한 경력의 소유자다.

젊은 나이에 안정된 직장보다 사업에 눈을 돌렸던 조 대표는 부산에서 웨딩회사에 다니던 경험을 살려 웨딩사업을 시작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했다. 그러던 2005년 신문기사를 보던 조 대표는 불현듯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대학 기숙사가 학기 중에는 운영이 잘 되지만 학기 외에는 공실로 남아 대학에 부담이라니 기숙사의 공실을 대체숙박시설로 이용하면 어떨까. 조 대표는 “당시 각 대학이 BK21 사업 등으로 정부지원금을 받아 연수원과 기숙사 시설비로 쓴다는 기사를 보고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즉각 실행에 옮겼다. 그해 7월 대학 기숙사 공실을 활용한 대체숙박공유사업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이어 2007년 9월 특허를 등록했다. 특허가 나자 잘나가던 웨딩사업을 접고 바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부산 모 대학과 산학협력사업으로 실습형 호텔을 계약, 국내 최초로 학교 내 호텔·숙박업사업자 자격을 취득해 개관했다. 당시 대학과 계약한 객실 수는 400실. 지금의 5성급 호텔보다 큰 규모다. 조 대표는 “당시 국립대에 시범사업으로 교육지원시설인 게스트하우스를 실습형 비즈니스체인호텔로 개발할 것을 제안하고 우선 사업자로 선정됐다”면서 “400실 모두를 비즈니스호텔급으로 변경하고, 국제 규모의 행사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업그레이드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승승장구하던 조 대표의 앞길에 먹구름이 꼈다. 대학과의 운영권 마찰과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된 것. 결국 수십억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은 조 대표는 공사장의 막일꾼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특유의 성실과 오기는 조 대표를 막일꾼으로 오래 놔두지 않았다. 비록 막도동으로 생계를 유지했지만 늘 재기를 꿈꿨다. 조 대표는 “대학의 호텔개발사업을 컨설팅하는 등 이 사업에 대한 끈은 놓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재기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지난 5월 목포해양대와 숙박공용협약을 체결한 조영호(오른쪽) 캠퍼스스테이 대표, 왼쪽은 최민선 목포해양대 총장.


▲창조공모전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

바로 이때 ‘창조관광공모전’과의 인연이 생겼다. 우연한 기회에 공모전 소식을 들은 조 대표는 목숨을 걸었다. 조 대표는 “막일과 노숙으로 전전긍긍하던 내게 창조관광공모전은 마지막 동아줄이었다”면서 “내 인생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죽을 각오로 공모전에 매달렸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시기도 적당했다.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최대 규모였고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조 대표의 아이디어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캠퍼스스테이에 2900만원의 사업지원비를 투자했다. 조 대표는 “관광공사의 창업지원 프로그램 외에도 직원들의 적극적인 자세와 대응이 감동적이었다”면서 “다만 사업지원비가 선사용 후집행의 원칙이라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 힘들었다”고 아쉬워했다.

조 대표는 사업지원비 모두를 대체숙박공유 플랫폼 개발에 투자했다. 부족한 자금이었지만 시스템 개발회사도 조 대표의 아이디어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많은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해 12월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지인의 회사공간을 일부 빌려 사무실을 차렸다. 창업 후 지금까지 캠퍼스스테이 직원 수는 5명. 조 대표는 대학을 일일이 방문해 기숙사 활용 등의 무료 컨설팅을 마다하지 않았다. “관광공사를 수시로 드나들며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자금이 별로 없는 신생기업이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몸으로 부딪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첫 성과는 목포대에서 나왔다. 목포해양대와 기숙사 205실의 계약을 체결하며 국립대 1호 협약식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계약을 협의한 대학은 10여개. 객실 수만 2400여실에 달한다고 조 대표가 전했다.

현재는 행사 위주로 단체관광객을 모은다. 여행사는 물론 각 대학과 기업체가 대상이다. 내년에 열리는 세계청소년문화교류 엑스포 행사와 관련해 제휴도 추진 중이다. 또 기숙시설의 다인수용 장점을 부각해 국내외 인바운드여행사와의 제휴도 협의하고 있다. 조 대표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해 전국 335개 대학을 대상으로 대체관광숙박시설 10만실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2017년부터 세계 여행객을 대상으로 대체숙박시설의 사전예약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할 일은 많지만 조 대표의 최종 꿈은 소박하기만 하다. “저렴하고 안전하고 쾌적하게 누구나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을 만드는 것”이라고 수줍게 소개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사실은 인형?
  • 사람? 다가가니
  • "폐 끼쳐 죄송"
  • '아따, 고놈들 힘 좋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