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판을 바꾼다고 국정원이 달라질까

  • 등록 2017-11-23 오전 6:00:00

    수정 2017-11-23 오전 6:00:00

국가정보원의 이름이 바뀔 모양이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현 국정원 명칭에서 ‘국가’와 ‘중앙’을 배제하고 ‘대외’와 ‘안보’를 넣어 ‘부’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과거의 그릇된 관행과 단절하고 국가안보를 위한 본연의 정보활동 역할에 충실한 기관으로 거듭난다는 상징성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이름이 바뀌면 중앙정보부 창설 이래 세 번째 개명이다.

대선 댓글사건, 여론조작,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지난 정권의 온갖 정치공작을 감안할 때 국정원 개혁은 시대적 요구다. 여기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로 인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장 3명이 사법처리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댓글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장까지 포함하면 4명에 이른다. 실로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임 정보기관 수장의 수난은 이들만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의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은 불법 감청을 묵인·지시한 혐의로 구속됐었다. 김영삼 정부의 권영해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은 북풍 등 공안사건 조작과 대선자금 불법 모금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김영삼 정부 이후 정보기관 수장 14명 가운데 11명이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은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일이다.

오죽하면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겠는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과거 중앙정보부에서 안기부로, 다시 국정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국내정치 개입 등 악습과 일탈은 거의 그대로였다. 역대 대통령이 정보기관을 정권 안보에 동원하는 등 사유화하려 했고 정보기관은 정권의 손발로 전락한 때문이다. 실질적인 개혁 없이 간판만 바꿔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름을 바꾼다고 개혁이 저절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국내정치 개입을 근절할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개혁의 요체다. 어느 정권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할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정원장 임기제, 국내정치 간여 금지, 직무범위의 명확·구체화, 위법명령 거부권 활성화 등이 그런 것들이다. 뼈를 깎는 내부의 자성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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