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에도 '줄야근'…난감한 대기업들

7월 시행 근로시간단축 해법 없나
'주 52시간' 예행연습 나선 기업들
주 40시간 자율출퇴근제 적용에도
천편일률적 근무시간 제한에
외부 업무 영업·홍보팀 그림의 떡
  • 등록 2018-03-21 오전 6:00:00

    수정 2018-03-21 오전 6:00:00

서울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직장인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국내 대기업의 3년차 연구원 A씨(31세·남)는 최근 자율출퇴근제 도입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전사적으로 자율출퇴근제를 시작한 지 2주가 지나도록 자유롭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하는 팀원은 한 명도 없었다.

A씨는 “여유있게 출근하고 싶지만 해당 시간에 업무를 대신 봐줄 만한 사람이 없었다”며 “신입 직원들을 많이 뽑는다해도 업무 공백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 LG, SK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주 최대 52시간 근무’를 앞두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했으나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직군 특성에 따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정규 근무시간을 지켜야하거나 퇴근 뒤에도 잔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율적으로 일하자’며 도입했지만…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SK하이닉스(000660)는 하루 최소 4시간, 1주일 40시간 근무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출퇴근시간을 정하는 자율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LG유플러스(032640)는 오전 7~10시 사이 출근, 오후 4~7시 사이 퇴근하는 30분 단위의 ‘시차 출퇴근제’를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017670)은 2주에 80시간을 맞추면 원하는 시간에 근무할 수 있는 ‘자율적 선택근무제’를 2분기 중 도입할 예정이다. 정규 근무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효율적으로 일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연구개발(R&D)파트 중에서도 일부 개발자와 디자인 부서를 제외하면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는 조직은 드물다는 지적이다. 영업이나 홍보·대외협력 등 외부와 함께 일하는 부서나 주요 스태프 부서는 정규 근무시간을 지킬 수밖에 없다. 외근이 많은 직군의 경우 근무시간을 집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차장급 사회공헌팀 직원 B씨(39세·여)는 “일은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천편일률적으로 근무시간만 제한하자 일찍 퇴근하고 카페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회사를 벗어나 일하니 다른 부서와 소통하는데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집중 근무’ 필요한 IT업계선 무용지물

속도전이 필수인 IT(정보기술)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숙련된 R&D인력이 유연근무로 자리를 비울 경우 대체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운데다 회사 밖으로 문서를 반출하는 것도 엄격히 금지돼있다.

반도체회사 제조라인의 선임급 연구원 C씨(33세·남)는 “기술 유출이 우려돼 회사 밖에서는 일하기도 어려운데, 제한된 시간 안에 같은 성과를 내려고 하니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신제품 출시 등 성수기를 앞두고 집중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도 1주일 단위의 유연근무제는 무용지물이다. 재계는 현행 2주, 3개월 단위인 유연근무제를 1년 단위로 늘려야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도 유연근무제를 1년 단위로 운영해 성수기에는 몰아 일하고 비수기에는 쉴 수 있도록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계절적 수요가 높은 시기에는 주문이 밀려들어 3개월 이상 집중 근무할 수밖에 없다”며 “스마트폰 등 신제품이 나오면 오류가 발견되는 대로 즉시 수정해야 하는데 1주일 단위 유연근무제로는 현재 속도로 수정본을 내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직 전반적으로 유연근무제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영관리부서 직원 D씨(41세·남)는 “일주일에 40시간을 일했다고 해서 먼저 퇴근한 적은 없다”며 “오후 6시에 ‘칼퇴’만 하려고 해도 위에서는 눈치를 주는데 유연근무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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