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5000억위안(약 83조원)을 넘어섰다. 중국 화장품 시장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0.8% 성장률을 보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3.5%에 달했던 성장률은 지난해 10.5%로 줄었다. 중국산업정보망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성장률은 4~5%대로 둔화될 전망이다.
우리 화장품업체의 최대 수출처였던 중국 시장의 성장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수출액도 감소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화장품 수출액이 줄어든 건 지난 2017년 4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당시는 중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단행했던 시기다.
이중에서도 대(對) 중국 수출액은 1억4560만달러(1626억3500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6% 가까이 빠졌다. 범위를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으로 넓히면 수출 감소는 14%로 늘어난다.
이에 더해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일본 화장품까지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티몰과 타오바오의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의 판매 금액을 분기별 분석한 결과, 일본 화장품 점유율이 13.9%로 한국 화장품(12.0%)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인들의 해외 여행지 변화와 맞물린 결과다.
올해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맞아 700만명의 중국인이 해외로 떠났다. 지난해와 비교해 8% 늘었다.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해외 국가는 태국과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으로 조사됐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태국,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던 한국은 올해 1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일본은 엔저 등에 힘입어 2위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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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화장품 시장에선 ‘후’, ‘숨’, ‘빌리프’, ‘오휘’ 등 럭셔리 브랜드 4개를 운영하고 있는 LG생활건강(051900)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후는 지난해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연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6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지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에서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51% 급증해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다.
LG생활건강(051900)은 후 외에도 숨의 고가라인인 ‘로시크숨마’를 중국 시장에 내놓는 등 럭셔리 브랜드에 집중해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 1200억원이 넘은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비디비치는 올해 영업 시작 17일 만에 면세점 매출 113억원을 넘겨 1월 목표 매출을 보름 앞당겨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일반 화장품 부문은 수입 브랜드들이 중국 현지 브랜드들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점차 밀릴 것으로 보인다”며 “럭셔리 시장은 마진이 높고 여전히 국내 브랜드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