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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는 지난 2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손실보상법 관련해 “앞으로 집합금지, 영업 제한 등 행정명령을 내릴 때 법령에 의해 보상하기 위한 것이지, 소급 적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고 소급적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총리가 이같이 밝힌 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27일 회의를 열고 손실보상은 소급 적용을 하지 않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렇게 정 총리가 ‘소급 불가’ 원칙론을 선제적으로 제기한 것은 내부 검토 결과 5가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우선, 어디까지 얼마나 소급해 보상해야 하는지 불투명한 문제가 있다. 이는 자영업자 소득·손실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종합소득세는 연간 한 차례(5월), 부가가치세는 연간 두 차례(1월·7월) 신고만 받는다. 월별 소득 신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손실 규모도 명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정부 관계자는 “정확한 손실을 알 수 없는데 소급 적용을 한다고 하면 곳곳에서 보상 요구가 터져 나와 대혼란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형평성·역차별 논란도 정 총리가 소급 적용에 선을 그은 이유 중 하나다. 자영업 피해가 크지만 코로나19로 실직하거나 소득이 줄어든 직장인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 손실만 소급해 보상한다면 다른 직종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자영업 손실보상법이 거론됐을 때 기재부가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소득을 축소 신고하면 보상도 적다’는 사실을 선제적으로 얘기했어야 했다”며 “그랬다면 손실보상 논의에 앞서 자영업자들의 소득 파악부터 시급히 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형평성 논란도 줄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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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처럼 커지는 재정 부담도 소급 적용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별법안이 통과하면 지원 규모는 연 296조 4000억원(월 24조 7000억원)에 달한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연 14조8440억원(월 1조 2370억원), 이동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별법안은 총 40조 4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이런 난제가 있는 상황에서 소급 적용을 추진하면 실제 지급 시기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자영업 손실보상을 하는 시기를 4월 전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지난해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신고는 올해 5월이 돼야 한다. 올해 손실까지 비교하려면 시간은 더 걸린다. 소급 적용을 고수할수록 지난한 논의만 계속되고 자영업 지원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민주당도 27일 4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업제한·금지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에 재난지원금 등으로 신속하게 지원해야 한다”며 “자영업 소득·손실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시스템부터 우선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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