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무기]전투기 착륙 '이상무', 항공관제레이더 'PAR'

정밀진입레이더 국산화 성공, 공군에 순차적 전력화 예정
비행 위치·경로·착륙 각도 등 정보 제공, 안전한 착륙 지원
최신 레이더 기술 적용, 이중화 설계로 안정성↑
국산 부품 사용으로 향후 종합 군수 지원 능력 확보 기대
  • 등록 2016-05-21 오전 7:00:00

    수정 2016-05-21 오전 7:00:00

이무기는 상상 속 동물이다. 이무기는 천 년을 물속에서 살며 기다리다 때를 만나면 천둥, 번개와 함께 승천해 용(龍)이 된다. 우리 군은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1960년대부터 국산무기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50년 동안 쌓아온 기술력은 해외 수출로 이어지며 결실을 맺고 있다. ‘용이 된 이무기’ 국산무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영공을 수호하는 공군의 ‘눈’ 역할을 하는 게 활주로나 산과 섬 등에 설치된 각종 레이더들이다. 공군의 레이더 전력은 크게 항공관제와 방공관제 분야로 나뉜다. 항공관제는 비행장의 관제탑과 지상의 관제시설에서 항공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돕는 병과다. 이와는 다르게 방공관제는 적기의 침투나 미사일 공격을 탐지하고 요격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공군의 활주로에는 다양한 항공관제레이더들이 설치돼 있다. 항공로감시레이더(ARSR·Air Route Surveillance Radar)와 공항감시레이더(ASR·Airport Surveillance Radar), 정밀진입레이더(PAR·Precision Approach Radar)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정밀진입레이더가 공군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국내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079550)이 주도로 개발한 정밀진입레이더는 전투적합판정을 받아 현재 시제 1, 2호기를 공군에 공급해 시범 운용하고 있다.

최초의 국산 정밀진입레이더(PAR) 야외 설치 모습 [LIG넥스원 제공]
30년 넘은 외산 레이더 대체 위해 국산화

정밀진입레이더는 말 그대로 항공기를 활주로 착륙지점까지 접근시켜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항행 안전 장비다. 활주로 바로 옆에 설치한다. 공항 주변 110~130Km 하늘에 있는 항공기의 진입 관제를 하는 공항감시레이더는 항공기를 탐지한 후 활주로 진입 15Km 전방에서 정밀진입레이더에 항공기 유도 임무를 넘긴다.

정밀진입레이더는 착륙하는 항공기의 비행 이동 위치와 경로, 착륙각도 등의 정보를 처리·분석해 관제실에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관제사는 항공기가 정확한 착륙 방향과 각도를 유지해 안전하게 활주로에 착륙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악천후로 인해 조종사의 시야 확보가 어려울 때 유용하다.

정밀진입레이더는 민간항공 분야에선 주로 계기착륙시스템(ILS)의 예비용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전투기는 계기착륙시스템이 탑재돼 있더라도 정밀진입레이더의 유도를 받아 착륙한다. 계기착륙시스템은 착륙하려는 항공기의 활주로까지 거리와 각도를 전파로 조종사에게 알려주는 장비다. 계기착륙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조종사는 공항에서 쏘는 전파를 잡아 자동 비행(auto pilot)하도록 조정만 해 놓으면 알아서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한다. 전시를 대비해 훈련하는 공군 전투기에는 사실상 필요없는 기능이다. 전투기는 대부분 계기착륙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정밀진입레이더의 유도에 따라 착륙한다.

정밀진입레이더 국산화 사업은 공군에서 30년 이상 운용하고 있는 노후화 된 레이더를 교체하기 위해 시작됐다. 현재 공군은 미국 레이시온사의 정밀진입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레이더 개발 사업은 최소 5년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번 정밀진입레이더 사업의 경우 3년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개발을 완료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도전이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이 입찰을 꺼렸다고 한다.

정밀진입레이더는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국내에서 개발된 사례가 없었다. 현재 미국과 이탈리아, 체코 정도의 국가에서만 정밀진입레이더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공군은 단순히 항공기를 활주로에 착륙시키는 기능 뿐만 아니라 특수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이동형 레이더 체계를 요구했다. 이런 여건 속에서 국내 기술로 연구개발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앞서 육군 방공 레이더와 공군 저고도 레이더, 울산 I급 탐색 레이더 등을 개발한바 있는 LIG넥스원은 10년 이상의 베테랑 연구원들로 팀을 꾸려 지난 2015년 12월 국산 정밀진입레이더 개발에 성공했다.

공군 29전술개발훈련전대 활주로에서 F-15K 및 KF-16 전투기가 출격하고 있다. [공군 제공]
최신 AESA 레이더 기술 적용, 무중단 위해 핵심모듈 이중화

개발 초기 연구진은 활주로 상태와 주위 지형 조건에 따라 레이더 화면에 이상 신호가 생기는 ‘클러터’와 활주로 지면에 반사돼 신호가 굴절되는 ‘멀티 패스’(Multi-Path)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연구진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호 처리 알고리듬을 만들어 억제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모의 표적 시험에서는 성공했던 것들이 실제 운용 환경에서는 오류가 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의 시행착오도 있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정밀진입레이더의 기술적 난이도는 그 어떤 프로젝트 보다 높았다”면서 “항행 안전시설로 매우 높은 정밀도와 무중단 운용이 가능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레이더는 ‘Radio Detection and Ranging’의 약자로 쉽게 말해 전파를 이용해 물체를 탐지하고 거리를 측정하는 장비다. 레이더의 원리는 ‘반사’다. 안테나로 전파를 허공에 쏘아 보냈을 때 만약 그 허공에 아무 것도 없다면 전파는 그대로 허공으로 사라지겠지만 만약 그 자리에 물체가 있다면 전파는 물체 표면에 반사돼 되돌아 온다. 이때 처음 전파를 쏘아 보내서 되돌아 온 시간을 측정하면 표적과의 거리를 알 수 있다.

레이더는 표적 스캔을 위한 안테나 빔 주사 방식에 따라 기계식과 전자식으로 구분된다. 기계식 레이더는 접시모양의 안테나가 기계적으로 움직이면서 표적을 탐지하는 것으로 옛날 방식이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정밀진입레이더는 전자식 레이더로 안테나 장치에는 ‘티아르 모듈’(Transmitter-Receiver Module)이라고 하는 수백개의 반도체가 붙어 있다. 이 모듈이 바로 전파를 수신하는 장치다. 빔의 방향을 전자적으로 바꾸는 최신의 능동 전자 주사 배열(AESA) 레이더 기술이 적용됐다.

높이 7m, 폭 2m 크기의 정밀진입레이더는 끊김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이중화가 돼 있다. 레이더 내부 핵심 모듈이 복수로 탑재돼 있다는 의미다. 한 쪽이 고장나거나 파괴되더라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전력 차단시 무정전 전원 장치(UPS)가 가동돼 일정 시간동안 전력을 공급한다.

또 전자파가 많이 발생하는 공항 환경에서의 레이더 신호 처리 기술과 고도의 데이터 처리 및 전시 기술을 통해 3차원(거리·방위·고도) 항적 정보를 제공한다. 방위각 레이더 및 고각 레이더를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개발된 정밀진입레이더를 통해 초정밀 레이더 기술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면서 “국산 부품을 적용했기 때문에 향후 종합 군수 지원 능력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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