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中사드보복에도 면세점 호황?…신세계 ‘반사이익’ 보따리상 줄섰다

업계 1위 롯데免 '사드타격'에 신세계 반사이익
‘이번이 마지막’ 위기감에 ‘유커’ 사재기 기승
신세계免 지난 6일부터 개장시간 30분 앞당겨
15일 中소비자의날 기점으로 유커 크게 줄 듯
  • 등록 2017-03-14 오전 5:00:01

    수정 2017-03-16 오전 10:22:05

13일 오전 신세계면세점(왼쪽) 입구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선 반면 롯데면세점은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라네즈’ 화장품 좀 사러 왔어요. 선물용은 아니에요.”

중국 장쑤성에서 왔다는 한 남성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든 휴대폰에는 라네즈, 설화수, 후 특정 상품을 캡쳐한 사진도 있었다.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화장품이라고 했다. “사재기냐”라고 묻자 대화를 거부한 채 일행으로 보이는 무리 쪽으로 몸을 숨겼다.

유커, 롯데보다 신세계에 10배 가까이 몰려

13일 오전 8시30분 신세계면세점 명동본점 입구. 백화점은 정기휴무일이지만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등 80여명이 긴 줄을 섰다. 면세점 개장 30분 전. 지난 주말 같은 시간 200여명이 줄을 선 것에 비하면 오히려 적은 수준이다.

같은 시각, 중구 을지로 1가에 있는 롯데면세점에는 달랑 10여명의 유커들만 보였다. 신세계면세점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유커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인 면세점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이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은 것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예전에는 (유커들이) 롯데면세점에 많이 갔지만 사드 이슈 이후엔 신세계면세점으로 몰리는 편이다. 아무래도 중국 현지서 롯데에 대한 여론이 안좋기 때문”이라며 “중국 소비자의날인 15일 이후에는 중국 단체 관광객은 뚝 끊길 것”이라고 귀띔했다. 롯데면세점 측은 “사드 이슈 발생 전보다는 유커들이 줄었다”라고 했다.

13일 오전 신세계면세점 ‘후’ 매장 앞에 유커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데일리DB.
“한국서 60만원치 사서 중국서 100만원에 팔아”

오전 9시. 개장 시간이 되자 두 대의 엘리베이터를 통해 10명씩 면세점으로 올라갔다. 8층부터 12층까지 5개층이 면세점. 화장품과 향수를 파는 10층에서 유커들이 우르르 내렸다. 코너를 돌자마자 나온 매장은 중국인이 선호하는 화장품이자 K뷰티 선두기업 아모레퍼시픽(090430)의 대표제품 설화수 코너. 그런데 매대는 텅 비었다. 곧바로 LG생활건강의 브랜드인 후(Whoo) 매장에 긴 줄이 형성됐다. 설화수 화장품이 동났기 때문이다. 설화수 매장 직원은 “어제부터 재고가 없다. 인기상품이 다 팔려 고객이 몰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의 한 화장품 매장 앞에 줄을 선 유커가 화장품 품번을 적은 종이를 들고 있다. 이데일리DB.
직원들은 줄을 선 유커들에게 종이를 나눠주고 어느 제품을 얼마나 구매할 것인지 쓰라고 했다. 이를테면 화장품 세트명에 품번과 수량을 적는 식이다. 수정할 수 없으며 종이를 잃어버리면 다시 줄을 서거나 구매할 수 없다는 경고 문구도 쓰여있다. 여행사 가이드라고 밝힌 한 남성은 “보통 여기서 60만원치의 화장품을 구매해서 중국 현지서 팔면 100만원 이상은 받는다”라며 “현지 고객이 한국 화장품을 웃돈을 많이 주더라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했다.

신세계면세점 매장 입구에 ‘불법 유통’ 관련 안내 문구가 놓여 있다. 이데일리DB.
매장 입구 쪽엔 ‘최근 국내 화장품 및 국내 면세품의 불법 유통과 관련해 전 면세점 및 여행사 대상으로 관세청·경찰청의 조사가 진행중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유커들의 사재기 구매 행태가 적지 않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 신세계면세점의 한 주차직원은 “카니발과 스포티지 등의 차량에 너댓 명의 사람이 보따리를 싣고 나르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免, 6일부터 개장시간 30분 앞당겨

롯데의 반사이익을 얻은 신세계면세점은 개장 시간도 앞당겼다. 지난 6일부터 개장시간을 기존 9시30분에서 9시로 조정한 것이다. 롯데그룹이 사드 부지를 제공한 지 딱 일주일만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혼잡한 개장 시간을 고려해 유동적으로 문여는 시간을 조정하는데 보통 단체 관광객들이 많을 때 이런 조치를 한다”고 말했다. 한편 BNK투자증권은 중국인 관광객 50% 감소 시 전체 면세점 매출액은 24.6%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전체 면세점 매출액 12조3000억 중 3조원이 날아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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