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월세가 귀환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전체 전·월세 거래에서 전세 비중이 점점 늘어났지만 최근 들어 다시 월세 계약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 매매시장이 얼어붙자 전세를 끼고 소액으로 집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줄면서 전세 공급 물량도 덩달아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대출 금리 인상과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 등의 추이를 지켜보며 집값이 더 떨어질 때까지 월세로 살면서 내 집 마련을 노려보겠다는 수요는 늘고 있다.
주요 전세 공급원 ‘갭투자’ 시들… 월세 거래 다시 늘어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서울시 전체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계약 비중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 전체 월세 계약 비중은 지난해 3월 46.68%까지 늘었다가 차츰 줄어들어 지난해 10월 39.64%로 최하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월세 계약 비중이 점점 늘어 올해 2월 기준 43.85%까지 다시 회복한 상태다. 3월 들어서는 지난 13일 기준 서울시 전체 전·월세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5.4%까지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은 예고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과 11·24 가계부채 대책 등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그간 전세 공급을 유지해 왔던 갭투자 수요가 움츠러든 게 월세 회귀 현상에 불을 붙였다. 영등포구 당산동 Y공인 관계자는 “지난해엔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매맷값과 전셋값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아파트를 전세 끼고 매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집값이 조정을 받으면서 갭투자도 많이 줄었다”며 “캡 투자가 주춤하면서 전세 공급 역시 줄어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산동 동부센트레빌 전용 82㎡형 전셋값은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4억원 중반대였으나 최근 5억원대를 돌파했다.
재건축 이주 수요 박차…“전세난민 늘 것”
월세 가구 증가는 곧 실제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실제 주거비 부담(월세) 지출은 7만8906원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5년(7만4227원)과 비교해 6.3%, 2003년(3만 8250원)보다는 2배 넘게 올라간 수치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올 하반기 둔촌주공단지와 개포주공 1·4단지 등 대단지 재건축 이주 수요만 2만1000가구”라며 “작년까지는 경기도 하남 미사지구 등 위성도시가 서울 전세난민들을 수용했지만 올해부터는 동탄신도시를 제외한 거의 모든 택지지구의 입주가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집값 상승을 통한 시세 차익 기대감이 줄어든 데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짙을 것 같다”며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려 월세 가속화에 따른 사회적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