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마라토너 같은 채비를 갖추고 온 사람도 있었지만 특이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여성용 가발을 쓴 40대 남성, 유모차를 밀며 뛰는 30대 젊은 부부부터 서유기의 손오공 탈을 쓴 사람이나 배트맨, 슈퍼맨 등 서구의 히어로물 분장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출발을 알리는 신호가 들리자 참가자 3만여명 자기만의 방식으로 마라톤 대회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멈춰 ‘짜요(加油·힘내라)’를 외치기도 했고 길모퉁이에 서서 기타를 치며 응원을 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스포츠 행사를 넘어 시민들의 축제 같은 모습이었다.
경제가 성장하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다보니 중국인들의 운동에 대한 갈망도 높아지고 있다. 달리기, 특히 마라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 중 하나다. 진입 장벽이 낮은 운동인데다 땅이 넓은 만큼 공원이나 운동장도 많아 연습할 장소도 넉넉하다.
정부 역시 스포츠 문화 확산을 장려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지난 2015년 발표한 ‘스포츠산업 발전 추진 가속화 및 스포츠 소비 추진’에 따르면 중국은 2014년 기준 1조3600억위안 규모의 스포츠산업을 2020년까지 5조위안 규모로 키우려 하고 있다. 컴퓨터나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기 보다 몸을 움직이도록 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려는 의도가 일차적이지만 정치적으로 통제된 사회에서 공동체의 열정을 분출하기 위해선 스포츠가 불가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같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맞물리며 중국에서 스포츠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사회 문화의 양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가을이 됐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를 둘러싼 한중간의 갈등은 여전하다. 양국 모두 물러서기엔 국가 자존심까지 걸린데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도발하고 있어 양국의 대화만으로는 해결도 어려운 처지가 돼 버린 게 현실이다. 결국 사드 자체로 해법을 찾기 보다 새로운 화해의 출발점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때마침 우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다음 동계올림픽은 2022년 베이징에서 열린다. 무조건 정치적인 거대 담론으로 양국의 관계를 풀기보다 스포츠로 공감대를 높이고 국민 감정의 골을 메우는 것도 한중 관계 해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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