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씨는 “전기요금이 걱정돼 세탁기나 냉장고 등 자주 쓰는 가전제품을 살 땐 꼭 에너지 효율 등급을 확인하곤 한다”며 “웬만하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고르고 싶었는데 기준 자체가 없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최근 살림하는 주부나 맞벌이 부부가 둘 이상 모이면 얘기가 빠지지 않고 나올 정도로 의류 건조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의류 건조기 판매량은 10만대 수준이었지만 올해엔 최대 60만대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 상반기 삼성·LG전자의 건조기 판매량은 10배 이상 급증했다.
건조기가 생활 필수품으로 떠오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세탁기에서 꺼내 빨래 건조대에 탈탈 털어 말리는 것 자체가 번거로울뿐더러 습해진 여름 날씨, 봄이 아니어도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 주상복합형 아파트이나 베란다 확장 등으로 축소된 빨래 건조 공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가전업체는 전기 히트펌프식 건조기의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정부가 공인하는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이 없어 소비자 입장에선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거나 비교할 방법이 없다. 업체의 홍보문구를 믿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를테면 세탁물 5㎏ 표준 코스를 기준으로 각각 LG전자의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는 151원, 삼성전자의 저온건조 히트펌프식 건조기는 179원의 전기요금이 든다는 것.
더욱이 의류 건조기 종류 또한 다양해 소비자가 에너지 소비 효율 정도를 일일이 비교하기도 쉽지 않다. 의류 건조기는 습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배기식과 습기를 물로 응축해 내보내는 전기식으로 나뉜다. 전기식은 가스배관 공사를 따로 할 필요가 없고 전기코드만 꼽으면 돼 건조기 열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전기식의 경우 70~80도 열풍으로 말리는 히터식과, 특수 냉매를 활용해 습기만 제거하는 히트펌프식으로 각각 분류된다. 이 가운데 전기 히터식은 헤어 드라이기처럼 뜨거운 열풍을 한 시간 안팎 동안 만들어내야 해 히트펌프식과 달리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더 나오는 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시장 수요와 에너지 사용량 등을 고려해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대상 품목을 선정한다”면서 “최근 수요가 많아지는 의류 건조기 제품군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내년쯤 등급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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