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 쫓기는 트럼프의 베팅

  • 등록 2017-09-27 오전 5:30:00

    수정 2017-09-27 오전 5:3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AFP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나는 돈 때문에 거래를 하는 것은 아니다. 돈은 얼마든지 있다. 내게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다. 나는 거래 자체를 위해서 거래를 한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 어떤 사람들은 캔버스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또 훌륭한 시를 쓴다. 그러나 나는 뭔가 거래를 하는 것이 좋다. 그것도 큰 거래일수록 좋다. 나는 거래를 통해서 인생의 재미를 느낀다. 거래는 내게 하나의 예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격인 ‘거래의 기술’에 나오는 구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deal)를 좋아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크게 베팅한 거래로 상당한 이익을 남길 때 그는 짜릿한 흥분을 느꼈을 것이다. 북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 이슈는 일생일대의 거래다. 북핵 문제를 해결한 미국 대통령으로 남겠다는 목표를 세웠을지 모른다.

거래는 보통 기 싸움으로 승부가 갈린다. 자기의 패를 철저히 숨기고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다는 의심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하면 패가 말리게 돼 있다.

‘거래의 기술’엔 이런 구절이 있다. “누군가 ‘이제 난 이 거래에 관심이 없어졌어’라고 말한다면 그건 ‘난 이 거래에 계속 남아 있을 거야’ 혹은 ‘이게 마지막 오퍼(offer, 제안)는 아니야’란 뜻이나 다름없다.”

이 도식을 북핵 문제에 대입해 보자.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강하게 나올 수록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반대 신호로 해석할 것이다. “오호라. 북한이 여전히 이 거래(대화)에 계속 남아 있고 싶고, 이게 마지막 제안은 아니라는 뜻이로군. 더 강하게 나가야겠어.” 트럼프 대통령은 내심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상황을 이렇게 판단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 치도 물러설 이유가 없다. 북한이 세게 나올수록 더 강한 위협으로 맞받아친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은 어쩌면 협상의 전략이다.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미치광이”라며 노골적으로 비하하거나 “꼬마 로켓맨”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최대한 약을 올리는 건 상대의 마음을 흔들어대는 오랜 전략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이게 꽤 해볼 만한 베팅이다. 북한에 강한 모습을 보일수록 미국 내 지지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러시아 내통 스캔들과 백인우월주의 문제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북핵 이슈와 함께 다시 살아나는 추세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의 지난 24일 조사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40%를 회복했다. 지난 7월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협상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도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가 완성되기 전에 대화를 끌어내야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이 일찌감치 포기하도록 제재하고 윽박을 지른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선 핵무기가 완성될 때까지 대화에 나설 이유가 없다. 핵무기가 완성돼야 북한의 협상력이 극대화된다. 핵무기가 완성될 때까지 대화는 없다며 문을 걸어잠글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자신의 핵무기를 완성하는 순간, 이제 큰 거래를 성사시킬 때가 됐다며 협상의 장에 나타날 것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누가 더 오래갈 것인가는 그때 가보면 알게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북한은 무조건 버티겠다는 의사가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앞서가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시간만 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핵의 시간은 벌써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북한 쪽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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