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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인터넷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과거 미국 오바마 정부는 인터넷을 일종의 공공재로 봤다.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쓸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공공서비스로 간주한 것이다. 이를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정책’이라고 부른다.
망 중립성 정책에서는 데이터의 내용이나 양에 따라 차별할 수 없다. 볼품없는 소형차라는 이유라거나, 혹은 너무 자주 이용한다는 이유로 공공재인 도로 출입을 제한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정책을 전격 폐기했다. 연방통신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망 중립성 정책 폐기하는 안건, 즉 광대역 인터넷 액세스를 통신법상의 ‘타이틀2’에서 ‘타이틀1’로 변경하는 안건에 대해 찬성 3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망 중립성이 폐기되면 이제 인터넷은 공공서비스가 아니라 정보서비스로 간주된다. 버라이즌이나 AT&T 같은 미국의 통신사업자는 특정 앱이나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추가적인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
또 통신사가 특정 거대 콘텐츠업체와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 것으로 제휴하고, 덩치가 작은 신규 업체의 진입을 아예 막을 수도 있다.
자유로운 인터넷이란 공간을 활용해 급성장하던 미국의 콘텐츠 사업자들이 통신사업자의 손바닥 위에 놓이게 된 셈이다. 인터넷 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뉴욕타임스는 “이제 통신사업자들은 미국인들의 온라인 경험을 재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파이 위원장은 “통신사업자도 자본주의 시장의 원칙에 따라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통신업체들이 추가적인 벌어들인 이익으로 차세대 인프라 구축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판도 거세다. 연방통신위원장 출신인 줄리어스 제나초위스키는 “반(反) 차별과 투명성을 위한 망 중립성 원칙은 혁신과 투자의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해왔고 다른 나라들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면서 망 중립성 폐기가 혁신과 투자의 생태계를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파이 위원장 취임 후 9개월 동안 내린 결정 가운데 가장 중대하고 논쟁적인 조치”라면서 “소비자들이 온라인 콘텐츠를 찾는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하고 , 스타트업들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데 더 큰 비용을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