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시험 절반만 합격…로스쿨 '변시낭인' 몸살

변호사시험 합격률 87%→51%…불합격자 1500명 넘어
올해 3240명 응시 사상최대 “합격률 50% 밑돌 것” 우려
매년 경쟁률 올라 커트라인 상승 “늦게 입학한 게 죄냐”
로스쿨생 “매년 늘어나는 응시자 감안, 합격률 정해야”
  • 등록 2018-04-02 오전 6:30:00

    수정 2018-04-02 오전 8:18:44

최상원 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 회장이 지난 22일 청와대 앞 사랑채 분수광장에서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등 로스쿨제도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지난해 서울소재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한 이민재(가명·36)씨는 올해 초 변호사시험에 응시했다. 지난해에 이어 2번째 도전이다. 변호사시험(변시)은 로스쿨 졸업 후 5회까지 응시 가능하다. 변시 재수생인 이 씨는 아직 3번의 기회가 더 있지만 집안 형편상 더 이상의 도전은 어렵다. 작년에는 아버지마저 병환으로 몸져누워 이번에 불합격하면 법조인의 꿈을 접어야 한다. 그간 학자금 때문에 진 빚도 2000만원이 넘었다.

이 씨는 “이번에도 불합격하면 생계 문제 때문에 다시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로스쿨 다니며 단절된 경력과 36살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재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러다가 법조인의 꿈은커녕 ‘변시낭인’으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싶어 암담하다”고 토로했다.

올해 변시 응시자 3240명 역대 최대

고시낭인을 없애겠다고 도입한 로스쿨이 ‘변시낭인’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변호사 합격정원을 제한한 탓이다.

지난 1월9일 치러진 ‘2018년 제7회 변호사시험’ 응시자 수는 324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2년 치러진 1회 시험(1665명)과 비교하면 응시자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변시 합격정원은 매년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관리위)가 결정한다. 관리위는 2010년 12월 1회 변시 합격정원을 로스쿨 입학정원(2000명) 대비 75%(1500명~1600명) 수준으로 정하고 ‘향후 상황을 고려해 해마다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매년 불합격자가 누적되고 이들이 다시 변시에 응시하면서 합격률은 점차 하락하고 있다. 2012년 첫 시험때는 군입대·휴학자 등을 제외한 1665명이 시험을 봤다. 이 때는 관리위가 합격자 정원을 1451명으로 정해 합격률이 87.2%나 됐다.

하지만 불합격·재시험자가 누적하면서 합격률은 △2회(2013년) 75.2% △3회(2014년) 67.6% △4회(2015년) 61% △5회(2016년) 55.2% △6회(2017년) 51.4%로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올해는 응시자 수가 324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해 합격률이 50%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올해 변시 합격자 발표일은 다음달 27일이다.

변시 커트라인 상승…“입학 늦었다고 불이익”

불합격자들이 계속 시험에 재도전하면서 변시낭인은 매년 증가추세다. 교육부가 내놓은 ‘변호사시험 합격자·불합격자 현황’에 따르면 변시 불합격자 수는 1회 때 214명에 불과했지만 매년 늘어 지난해(6회 시험)에는 1510명에 달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매년 변시 합격점수(커트라인)가 상승한다는 점이다. 매년 응시자 수가 증가한 반면 합격인원은 1500명~1600명으로 제한한 결과다. 응시자가 1665명에 그쳤던 1회 때는 커트라인이 1660점 만점에 720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치러진 6회 시험 커트라인은 889.9점이나 됐다. 5년 만에 변시 커트라인이 169점이나 상승한 것이다.

지난 1월 변시를 치른 로스쿨 졸업생 최모씨는 “로스쿨 1기 졸업생들은 720점으로 변시에 합격하고도 사회에 나가 문제없이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아도 시험에 탈락해 변시 낭인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로스쿨 “변시 합격률 응시자 대비 75%로 올려야”

전국 25개 대학 로스쿨은 변시 합격률을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로스쿨 입학정원(2000명) 대비 합격률 75%(1500명~1600명)를 고수할 게 아니라 매년 증가하는 응시자 수를 감안, 합격률을 상향조정해 달라는 것이다.

이형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한양대 로스쿨원장)은 “로스쿨 입학 시기에 따라 변시 커트라인에서 불이익을 받는 구조는 불합리하다”며 “사시 폐지로 사법연수원 배출 변호사 수가 줄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변시 합격인원을 최대 200명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로스쿨 설립목적은 시험이 아닌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에 있다”며 “변시 합격률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 각 대학 로스쿨과 입장을 같이 하지만 법조 인력수급 문제가 걸려 있어 법무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법시험이 폐지로 변시 합격률을 높일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도 있다. 로스쿨 도입에 따라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 사법시험은 지난해 12월 폐지됐다. 이에 따라 2015년 연수원에 입학한 153명이 올해 변호사로 배출되며 이 숫자는 내년 109명, 내후년 55명으로 줄어든다. 이후부터는 변시를 통해서만 변호사가 배출된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단체들의 반발로 변시 합격률을 상향조정하기 쉽지 않다. 변호사단체들은 법률시장이 포화상태여서 변호사들이 과다 배출될 경우 경쟁격화로 인한 불법수임 등 부작용을 이유로 변시 합격률 상향을 반대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변시 합격률을 높여달라는 요구가 있지만 이에 대해 법무부가 정한 입장은 없다”며 “향후 관리위 심의를 거쳐 올해 합격자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불합격자 현황(자료: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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