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낙하산' 기업은행장을 걱정하는 이유

  • 등록 2019-12-26 오전 6:06:50

    수정 2019-12-26 오전 7:40:19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내부 승진 행장의 경우 시스템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 게 장점이다. 은행 내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데다 경영의 연속성이 확보되면서 조직의 불확실성도 그 만큼 낮아진다.”

IBK기업은행장으로 김도진 행장이 취임한 지 얼마지나지 않아 기업은행의 한 임원에게 들은 말이다. 그는 최근 “행장 인사에 대한 각종 소문이 6개월 넘게 떠돌더니 임기 만료가 다 되도록 차기 행장이 결정되지 않고 있다. 중요한 시기에 조직의 분위기가 뒤숭숭해 걱정”이라고 했다.

김도진 행장의 임기 만료(27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차기 행장 후보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당초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63)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부 반발은 물론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자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질의 듣는 김도진 기업은행장 (사진=연합뉴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수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만큼 인사권을 행사하더라도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실제 기업은행은 지난 2010년 조준희 행장(23대)이 내부 출신 첫 수장이 되기 전까지 매번 외부 낙하산인사로 채워졌다.

하지만 조준희 행장을 시작으로 권선주 행장(24대)과 김도진 행장(25대)에 이르기까지 세 명의 내부 출신 인사들이 수장을 맡으면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왔다. 특히 내부 출신 수장들은 수익성 확대 등 큰 성과를 냈다. 실제 지난해 기업은행의 순이익 규모는 1조764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11년 이후 당기순익이 1조원 밑으로 간 때는 2013년(8542억원) 뿐이다. 이 기간 기업은행의 총자산도 2010년 16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60조8900억원으로 증가했다.

외부 출신 행장에 대한 내부 반발이 큰 이유다. 특히 유력한 후보로 알려진 반 전 수석은 은행장으로서의 전문적 능력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는 행정고시 21회로 경제기획원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기획예산처 차관을 거친 정통 경제 관료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초대 일자리수석을 맡아 지난해 6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10여년의 내부 출신 수장 관행을 외부 출신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명분과 실리가 필요한데 반 전 수석은 금융과는 거리가 먼 데다 명분 역시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게다가 내년 은행권의 전망이 어두운 것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진 원인이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내년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가 점쳐지고 있다. 특히나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소호 여신 비중이 큰 만큼 경기 불황에 따른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또한 가계대출 규제가 심화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우량 중소기업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은행의 영업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이란게 분명하다.

그동안 변화와 혁신을 강조해 왔던 신한금융그룹이나 KB금융그룹 등 은행권이 최근 조직의 안정과 내실에 우선순위를 둔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어느 때보다 내부 사정에 밝고 금융 전문성을 갖춘 내부 출신 행장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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