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5층룰' 도시경쟁력 떨어트려…100층 허용해야”

염재호 SH미래도시포럼 대표
미래 아파트, 단순 주거공간 떠나
문화·업무적 복합공간으로 재해석
민간 개발 이익 공공에 귀속하고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에 힘써야
  • 등록 2020-06-03 오전 5:30:00

    수정 2020-06-03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염재호 SH미래도시포럼 대표(前 고려대 총장)이 서울 종로구 낙산동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박민 기자]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100층으로 지으면 어떠한가. 주택 공급을 늘려 주거난도 해소하고, 개발 이익은 철저히 공공에 귀속될 수 있도록 해 이는 다시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데 쓰면 된다. 무엇보다 앞으로의 아파트는 단순히 주거공간으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문화·업무적 개념으로 재해석하는 게 필요하다.“

염재호 SH미래도시포럼 대표(고려대 전 총장)는 지난 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서울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시 거점별로 차별화된 개발’을 강조했다. 그러나 규제로 인해 도시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이를 혁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예로 서울의 일반주거지역에는 35층 이상으로 아파트를 짓지 못하도록 규제를 하다보니 공간의 진화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파트, 문화·업무적 공간으로 재해석해야”

염 대표은 “인구 1000만명 서울이 코스모폴리탄 도시로 커 나가기 위해서는 교통, 환경, 문화 등 전반적인 도시 기능에 대해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4차산업혁명이라는 흐름속에 공간을 입체적으로 재해석하고, 거점별로 차별화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도시의 성장을 곳곳에 자리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예로 아파트의 경우 일률적인 층수제한 등의 정부 규제로 공간의 진화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나타난 ‘재택근무’처럼 미래 주택은 더 이상 주거공간에 그치지 않고, 문화·업무적 기능이 융합될 것으로 보이지만 규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염 대표는“앞으로의 주택은 단순히 주거 공간에만 그치지 않고, 이곳에서 일도 하고, 여가와 문화도 즐기는 개념으로 바뀔 것”이라며 “다만 사적 공간과 업무 공간은 분리가 필요한 만큼 단지 내 ‘스마트 워크 플레이스’ 등의 공유 공간이 들어설 층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위해 강남 등의 주거 선호지역에 100층짜리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주장이다. 단지 일부 층에 24시간 아이돌보미 센터와 워크스테이션 등의 공유 공간을 넣기 위해서다. 이는 이미 고밀 개발돼 있어 인프라가 편리한 곳에 초고층을 짓는 게 토지 이용의 효율성 측면이나 거점별 개발과도 맥락이 닿아있다. 민간의 개발 이익이 문제가 된다면 이는 철저히 환수해 공적 주거영역에 쓰면 된다고 강조했다.

염 대표은 “정부는 주택시장에 개입해 재건축 등 사업을 통제하고, 가격을 규제할 게 아니라 서민이나 청년층이 내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주거복지에 힘쓰는데 주안을 둬야 한다”며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서민식의 임대아파트만 지을 게 아니라 민간 못지 않게 100층 짜리 아파트를 짓고, 이곳에 각종 편의시설을 넣어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도록 발상을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염재호 SH미래도시포럼 대표(前 고려대 총장)이 서울 종로구 낙산동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 브레인 시티 경쟁력 강화해야

염 대표은 뉴욕과 도쿄, 홍콩, 베이징 등의 글로벌 도시와 달리 서울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브레인 시티’라는 점을 꼽았다. 그는 “서울에만 대학이 한 30여곳 있고, 여기에 사이버 대학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약 100만여명이 고등교육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는 전 세계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규제’가 가로막고 있어 성장에 제약이 있다고 진단했다. 현행 수도권 정비계획법에 의해서 대학교 근처에서는 산업단지를 못 짓게끔 하다보니 산업과의 상호연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염 대표은 “21세기는 제조업 기반의 성장이 아닌 IT, 스마트 등 4차산업혁명 기반의 성장이 주를 이를 것”이라며 “그럴려면 서울이 핵심 도심을 중심으로 초고밀도화 되는 것이 필요하고, 대학과 산업이 연계한 산학연 클러스터 개발도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학 일대 도시재생 사업에 산학연 클러스터 개발을 허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 예로 스웨덴 스톡흘름의 ‘시스타 사이언스파크’를 들었다. 이곳은 정보통신기술의 메카로 불리는 곳으로 미국 실리콘 밸리에 이어 세계 2위의 IT 단지다. 염 총장은 “대학은 산업의 ‘성장엔진’, 모터같은 것”이라며 “시스타가 지금의 성공적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사이언스파크를 설립하면서 ‘스톡홀름 공대’를 그곳으로 이전해 대학과 기업의 상호연계가 주효했다”고 말했다.

행정학자 출신인 그는 이달 초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발족한 ‘SH미래도시포럼’의 첫 대표를 맡아 도시관련 학자, 언론인, 기술정책연구가, 정치인 등 10 여명의 전문가들과 서울의 역할과 대도시의 새로운 위상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염재호 고려대 명예교수·전 총장은... △1955년 서울 출생 △고려대 행정학 학사 및 동 대학원 행정학 석사 △미 스탠퍼드대 정치학 박사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고려대 국제교육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문위원 △2015년~2019년 고려대 제19대 총장 △2020년 SH미래도시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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