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부사관, 바로 성추행 신고했지만…상관 “살면서 겪을 수 있어”

  • 등록 2021-06-02 오전 7:21:25

    수정 2021-06-02 오전 7:29:08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이모 중사의 법률대리인인 김정환 변호사는 장례식을 미룬 이유에 대해 “가해자가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받는 걸 원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
김 변호사는 1일 KBS 유튜브 ‘NEWS D LIVE’에서 ‘장례식을 미룬 유족이 바라는 것’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어 “이 사건 직접적인 가해자 말고도 2차 가해자들에 대해 군내에서 충분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해자 자체에 대한 조사는 충분히 증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엄벌하는 것에 있어서는 수사기관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 “군 내부에서 상관들의 조직적 은폐들이 있었다고 생각되는데 그 부분에선 피해자 진술이 확보되지 않았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우려되는 부분은 공군 법무실장을 팀장으로 해서 TF를 구성해 수사하겠다는 건데 그러면 공군이 공군을 수사하는 거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사건은 유가족이 변호인을 선임하기 전에도 공군본부 차원의 수사를 원했는데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공군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는 거와 다르지 않다고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이 중사는 성추행 신고 후 조사를 딱 한 번 받았다. 김 변호사는 “조사가 피해자에 대해 한 번 이뤄졌고, 그 조사에 국선변호인이 참석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뒤에 추가조사도 잡히지 않았고 가해자에 대한 조사도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어서 당황스럽다”라고 덧붙였다.

2차 가해에 대해선 “지금 2차 가해라는 게 ‘성폭력 피해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안다’ 이 정도 차원을 넘어섰다”며 “신고 전에도 군 내부에서 사건을 조용히 끝내려고 하는 시도가 있었고, 고소 이후, 조사 이후에도 피해자뿐만 아니고 피해자의 남편에게도 사건을 조용히 끝내라는 종용이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은 통상적인 2차 가해를 넘어서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유족에 따르면 상관들은 이 중사에게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느냐”, “살면서 한 번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1일 김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는 “성폭력 사건은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피해자 변호인을 선임해주도록 하고 있다.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주게 돼 있으니까. 피해자가 충분한 조력을 받아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는데 지금 그런 부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조사가 있은 후로부터 상당한 시일이 지났음에도 별다른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시게 된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 유족이 매우 안타까워하시고 그래서 사선변호인을 선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 중사 사건을 공군에서 국방부로 이관해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국방부는 1일 오후 “방장관은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관련,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군사법원법 제38조(국방부장관의 군검찰사무 지휘·감독)에 따라 오늘 오후 7시부로 이번 사건을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해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공군과 유족 측에 따르면 이 중사는 지난 3월 2일 선임 부사관인 장모 중사로부터 억지로 저녁 식사 자리에 불려나갔다. 귀가하던 차량 뒷좌석에서 이 중사는 장 중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

이 중사는 다음날 곧바로 신고했지만 상관은 이 중사에게 합의를 종용했다. 이 중사는 결국 군사경찰에 성추행 피해를 신고했다. 이후 이 중사는 부대를 옮겨줄 것을 요청하고 60여일간의 청원 휴가를 냈다.

하지만 그 기간에도 이 중사, 같은 부대 동료인 이 중사 남자친구에게 은폐와 회유가 계속됐다. 이 중사는 지난 18일 전출된 부대로 출근했지만 같은 달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중사 아버지는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이 중사 아버지는 “공군 부대 내 지속적인 괴롭힘과 이어진 성폭력 사건을 조직 내 무마, 은폐, 압박 합의종용, 묵살, 피해자 보호 미조치로 인한 우리 딸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유족에 따르면 이 중사는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휴대전화에 남겼다.

해당 청원은 하루 만인 1일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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