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시장에 '권선징악' 자리잡으려면[이코노믹View]

차상진 알케믹인베스트먼트 변호사
  • 등록 2023-11-30 오전 6:15:00

    수정 2023-11-30 오전 6:44:05

루이 15세 치하의 18세기 초 프랑스는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었다. 국가 파산위기에 처하자 루이 15세의 섭정인 오를레앙 공 루이 필리프 2세는 “지금까지 사용되던 금속화폐 대신 지폐를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자”라고 주장한 존 로(John Law)에게 기회를 주었다.

존 로가 발행한 지폐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존 로는 프랑스의 재무총감이 된다. 여기에서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존 로는 미시시피 주식회사를 인수해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북아메리카 루이지애나 등 미시시피 강 유역의 상업독점권과 내정 통치권을 부여받고 1718년 방크 제너랄은 프랑스의 중앙은행이 된다. 그러나 미시시피 주식회사는 사업의 실질과 무관하게 투자자들에게 40%의 수익을 약속하며 투기를 조장했다. 결국 1720년 6월 한때 1만25리브르에 거래되던 미시시피의 주가는 500리브르까지 폭락했고 많은 사람들이 파산했으며 결국 존 로는 재무총감에서 해임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권선징악 스토리에 해당하겠지만, 존 로는 1720년 12월 프랑스를 떠나 당시에도 여전히 부유하고 세련된 도시였던 베네치아로 가서 도박을 하며 노후를 보내다 생을 마감한다.

이와 유사하게 국내 가상자산시장, 비상장 시장에서는 그동안 토큰이나 비상장주식의 가격을 높여 버블을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으나 그 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아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따라 최근 가상자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토큰증권의 발행·유통을 위한 제도정비가 분주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기존에 발생하던 다중피해범죄에 대한 충분한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비상장 가상자산시장 또는 비상장 주식시장에서 발생하는 다중피해범죄는 어느정도 유형이 정해져 있다. 누군가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혁신적인 사업을 시작한다며 가상자산, 증권, 포인트 등을 발행하나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이런 사업가에게 재무전문가 또는 컨설턴트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다단계조직의 총판이 접근한다. 다단계조직의 총판은 자신 위에 재무이사 등 자신 위에 책임자를 하나 세운 뒤 다른 다단계조직의 총판들을 유입시킨다. 여기까지 작업이 끝나면 이들은 판매책이 되어 가격이 무조건 오를 수밖에 없다는 허위의 소문을 내며 비상장 가상자산 또는 비상장주식을 다수인들에게 셀다운하고 자신들도 적당히 투자를 한다. 이 과정의 판매책들은 실질적인 사업의 운영보다는 다른 기관과 양해각서(MOU) 체결, 협약식 등을 하고 기사를 내보내는 것에 보다 더 집중하도록 한다. 결국 버블이 붕괴하면 판매책들은 피해자들을 모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업가와 그 주변인 등을 고소하고 민사소송 등을 제기한다.

여기서 끝나면 좋겠지만 대표 및 핵심관계자가 형사처벌을 받으면 판매책들은 존 로와 같이 새로운 곳을 찾아 대표와 상위 책임자를 구해 다시 자신의 운을 시험해본다.

기존에는 상대적으로 비상장 가상자산시장에서 위와 같은 행위가 많았으나, 토큰증권제도가 시행되면 다양한 사업상의 현금흐름이 증권화돼 전산으로 유통되므로 비상장 증권시장에서도 유사한 행위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장참여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같은 행위를 모두 법률규정으로 정의해 처벌하기는 어렵겠지만, 효과적으로 판매책을 처벌할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시장참여기업은 엄격한 대부통제와 자율규제 등을 통해 시장의 신뢰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정식 자격을 가진 이라고 해도 이들의 소개에 따라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 이미 고도화된 경제환경에서 대가 없는 수익은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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