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공화국 대한민국]⑤대책도 `속수무책`

예산 조달 계획도 없는 정부 대책, 실효성 `의문`
가벼운 우울증에도 민간 보험 가입안돼..당국은 `나몰라라`
직장내 산재기준 없어..과로성 정신질환 앓으면 `나만 손해`
  • 등록 2012-07-13 오전 8:29:08

    수정 2012-07-13 오전 8:37:31

[이데일리 김도년 김상윤 기자]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지음), ‘방황해도 괜찮아’(법륜스님 지음). 해를 거듭해도 ‘치유’를 모티브로 한 책들의 인기가 시들지 않고 있다. 혹자는 “사회에 치유문화가 번성하는 것은 우리 시대가 불황과 우울증의 시대로 돌입했다는 방증인 셈”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정부도 이런 흐름 속에서 마냥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4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검진을 하고 가벼운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을 최소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정신건강증진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신과 상담을 활성화하고 정신질환자를 차별부터 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시도로 시의적절한 움직임이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대책을 현실화할 구체적인 예산 조달 계획이 빠졌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는 다른 부처 등과 연계체계도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자원만 투입하면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예산 투입 계획 없이 ‘하겠다’ 일색의 대책은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자기 부처 업무 외에는 책임지지 않으려는 관료사회에서 보건복지부만의 노력으로는 관계기관 간 연계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중독 문제만 하더라도 인터넷중독은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게임중독은 문화부와 여성가족부, 마약중독은 법무부, 경찰청, 도박중독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으로 수많은 기관이 걸쳐져 있어 이를 교통정리할 컨트롤타워를 세우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정신질환 전문가들은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는 가벼운 정신질환자들까지 국가공무원법, 변호사법, 도로교통법 등에서 법적 차별을 받지 않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려는 작업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문제는 법 위에 서 있는 민간 보험회사들이다. 대부분의 보험사는 정신질환자들에게는 일부 보험상품을 제외하고는 가입할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벼운 우울증을 앓은 기록이 있으면 암 보장 보험도 들 수 없는 식이다.

보험금 청구 대행업체인 다모아다이렉트의 이상수 대표는 “민간 보험사들은 정신질환자들에게 보험상품을 가입시켜주면 손해라고 생각한다”며 “가벼운 우울증 정도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데 사회안전망도 부족한 현실에서 보험에 가입하는 것조차 막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과 생명보험협회, 보험개발원 등 관계기관들도 “정신질환자들에게 보험가입을 허용해 줄지 말지는 보험사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할 뿐 별다른 고민이 없는 듯하다.

또 직장에서 과로로 정신질환을 앓더라도 산업재해보상을 받을 수 없는 점도 제도상의 허점으로 꼽힌다. 가까운 일본은 지난 1999년부터 정신질환을 산업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희자 세명공인노무사사무소 소장은 “산업재해보상법 37조에 보면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을 정하면서 업무상 사고와 질병을 열거하고 있지만,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나 지침이 없어 일관성 없는 판단을 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허술한 대책과 법·제도상의 허점도 개선돼야 할 점이지만 무엇보다 정신질환에 대한 국민의 편견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정신질환은 나와 내 친지는 물론 모든 사람이 앓을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고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국민의 인식을 높여나가는 것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삼고 있다”고 답변했다.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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