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철거 경제학]구름다리가 사라졌다..고가 철거 新풍속도

  • 등록 2015-10-01 오전 6:00:00

    수정 2015-10-01 오전 10:41:31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1960~70년대 산업화 바람과 함께 도심 곳곳에 설치된 고가도로는 경제 성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자동차 수요 급증과 도로 건설 기술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상징물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고가도로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낡고 부식돼 안전에 문제가 생기는가 하면, 도시 미관을 해치고 대기 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고가도로가 없어도 교통 흐름에 문제가 안된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라 나왔다.

지난 40~50년간 우리 눈을 가려온 도심 속 구름다리가 하나 둘 철거를 시작했다. 동시에 고가도로에 갇혀 있던 파란 하늘이 속살을 드러내고, 주변 건물들이 새 단장에 나서자 거리에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덩달아 도심에 생기가 돌고 있다.

고가 철거 후 차량 흐름 더 빨라져

고가도로 효과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자동차 대수가 이 도로로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서부터다. 고가도로는 신호 대기시간을 줄여 차량 통행을 원활하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데 고가 합류 지점에서 차가 얽혀 오히려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차량이 정체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주요 고가도로가 준공 30년을 넘기면서 매년 수억원씩 유지·보수비가 들어가는 것도 골칫거리였다. 여기에 최근 자가용 위주에서 대중교통과 보행자 중심으로 교통 정책이 바뀐 것도 고가도로 철거에 힘을 실어주었다.

결국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고가도로는 하나 둘 철거되기 시작했다. 2002년 12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떡전 고가차도’가 철거된 후 지난 8월 ‘서대문 고가’까지 서울에서만 총 18개의 고가도로가 사라졌다. 고가가 철거되자 어두웠던 경관이 밝아지고 교통 여건도 개선됐다. 도로를 점령했던 회색빛 철골 구조물이 사라지면서 도시 미관도 살아났다. 특히 사시사철 어두컴컴했던 고가 밑 상권이 밝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몰리게 됐다.

우려했던 교통 체증도 별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2010년 8월 서울 문래고가도로 철거 이후 경인로와 선유로, 도림로 등 인근 도로의 평균 통행 속도는 오히려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조사한 ‘고가차도별 철거 전후 통행 속도 변화’ 분석에 따르면 문래고가도로도 철거 전 경인로의 경우 평균 통행 속도가 시간당 21.3㎞였지만 철거 후에는 24.6㎞로 3.3㎞ 빨라졌다. 선유로와 도림로 역시 각각 2.8㎞, 3.3㎞씩 흐름이 좋아졌다.

이 같은 현상은 화양고가도로(2011년 2월 철거)와 노량진고가도로(2011년 3월 철거), 홍제고가(2012년 4월 철거) 등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부분 고가를 철거하기 전에는 교통 문제 등을 들어 주변 반대가 많았지만 철거하고 나면 만족도가 높게 나온다”며 “실제 조사에서도 고가도로 철거 후 차량 통행 속도가 더 빨라지는 등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주변 지역 ‘활기’

고가 철거 이후 주변 지역은 도시 미관과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서울지하철 3호선 약수역에서 동대입구 방면으로 이어지는 길이 420m(높이 15.4m)의 약수고가도로가 대표적이다. 지하철 3·6호선이 지나는 이중 역세권이지만 금호 터널에서 장충체육관을 잇는 고가도로가 동네 한가운데를 관통하면서 지역 미관은 물론 상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1984년 12월에 설치된 약수고가도로가 주변 지역 분위기를 침체시키자 해당 자치구인 중구청은 2011년부터 고가 철거를 본격 추진했다. 서울시와 70여 차례 협의를 거쳐 총 예산 85억원을 따내 지난해 9월 철거를 마무리했다.

때마침 고가도로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던 간판도 새 단장에 들어갔다. 서울시와 중구는 고가도로 철거에 맞춰 ‘약수역 주변(다산로) 간판 개선사업’(총 사업비 3억 2000만원)을 진행했다. 약수역 사거리 주변 160개 점포가 에너지 절약에 효과적인 발광다이오드(LED) 간판으로 바꿨다. 서울시(1억 2000만원)와 중구청(2억원)이 자금을 만들어 점포당 200만원을 지원했다. 새 간판들이 철거된 고가 도로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신당동에서 35년간 거주하면서 고가도로 설치부터 철거까지 지켜봤다는 최복주(65)씨는 “고가도로가 없어지니 눈이 다 시원하다”며 “매연과 자동차 경적 소리만 가득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거리 자체가 살아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라지는 고가도로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심 서울시 교량안전과 과장은 “지금까지는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효과가 높은 것을 중심으로 고가도로를 철거해 왔다”며 “남아 있는 고가 대부분은 노후화가 심하지 않거나 존치 목적이 있는 것들이어서 철거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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