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대장 한국포털]④대리운전·배달서비스…돈 되면 다산다

시장 싹쓸이 나선 대형 플랫폼업체
온라인 장악 후 오프라인 침범
서비스 악화, 소비자 불편 우려
  • 등록 2016-05-18 오전 6:00:00

    수정 2016-05-18 오전 10:17:14

[이데일리 유근일 기자] 카카오(035720)의 대리운전 사업 진출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들은 바로 퀵서비스 기사들이다. ‘카카오 드라이버’를 둘러싼 쟁점 대부분이 퀵서비스 업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퀵서비스 시장은 퀵서비스 기사와 회사가 정보망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사업자에게 월 이용료를 지불하는 형식으로 사업이 굴러간다. 퀵서비스 기사들은 사고가 많은 탓에 일반 보험 가입이 쉽지 않다. 또 대리운전과 마찬가지로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임금 체불 등이 발생해도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법적 사각 지대에 놓인 대표적인 업종이다.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에 우선 진출한 것도 퀵서비스 업종과 마찬가지로 대리운전 회사와 기사,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사업자 간의 갈등이 첨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장원철 전국퀵서비스협동조합 이사장은 “대리운전과 마찬가지로 기존 프로그램 사업자들이 사업장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문제가 있는 만큼 기존 단순 프로그램 사업자로 들어와 시장을 투명하게 한다면 모르겠지만 현재와 같이 수수료를 부과하는 형식으로 업계에 진입하게 된다면 기존 퀵서비스 업체들은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하다”며 “카카오가 이미 협동조합과 2차례나 만나 서비스와 관련한 내용을 논의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카카오가 진입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퀵서비스 업계는 이미 온라인 결제 방식을 내세운 배달 대행업체들과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퀵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7~8년 전부터 서울 강남 등 일부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성행하던 배달 대행 업체들이 최근 본격적으로 퀵서비스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2012년에는 음식 배달대행 O2O 스타트업인 ‘푸드플라이’가 등장했고 2014년에는 음식 뿐 아니라 의류, 도서까지도 배달을 대행하는 ‘바로고’가 등장했다. 국내에 배달 앱 시장을 처음 연 ‘배달의 민족’도 지난해 ‘배민라이더’라는 배달 대행 서비스를 개시했다.

기존 배달 대행 업체들이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성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 O2O 스타트업도 강남·동대문 등을 중심으로 배달 지역을 넓혀가는 추세다. 자체적으로 배달 인력을 고용하는 음식점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서울 합정에 한 치킨집 주인은 “배달 수요가 일정하지 않다보니 배달부를 별도로 고용하는 것은 감당이 안된다”며 “주문이 없을 때는 직접, 주문이 몰리는 때는 퀵서비스나 배달 대행을 싼 가격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상공인들이 카카오의 O2O 시장 진출을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다. 편리한 예약 결제 시스템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한 이후에는 자연스레 오프라인 시장을 침범할 것이라는 우려다.

쿠팡이 대표적 사례다. 소셜커머스 부문에서 자리를 잡은 쿠팡은 2014년 직접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선보이며 물류 시장까지 진출했다. 별도의 배송 비용 없이 이뤄지는 쿠팡의 로켓배송은 자연스레 주요 택배 업체들이 소속된 통합물류협회와의 법적 분쟁으로 번져 나가기까지 했다.

O2O 스타트업들도 마찬가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숙박 O2O 서비스 스타트업 ‘야놀자’는 숙박 업소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데서 벗어나 숙박 프랜차이즈까지 사업을 넓혔다. 배달의 민족의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배민프레시’도 해독주스 브랜드, 도시락 업체, 반찬 정기배송 업체, 빵집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 역시 O2O 시장에 안착한 스타트업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카카오는 카카오 헤어샵과 홈클린, 주차 분야 진출에 앞서 이미 하시스(미용실), 브랫빌리지(홈케어), 비트파인더(공기청정기), 워시온(세탁), 파킹스퀘어(주차) 등의 스타트업의 지분을 인수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자동차 수리 앱 ‘카닥’ 인수로 정비소 사업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벤처캐피탈 심사역은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업체들이 O2O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면서 스타트업들이 카카오와 연관되는 영역은 미리 피하거나 전략적으로 인수합병(M&A)을 노리고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당분간은 스타트업 O2O 생태계에서 카카오발(發) M&A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어 물류 서비스 등 오프라인 사업 확장에 대해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홈클린이나 주차 등 사업도 이 분야라면 카카오가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판단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다른 업종에 대한 진출 여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세 자영업자들도 이런 대형 플랫폼 업체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자구 노력을 벌이고 있지만 쉽지 않은 현실이다. 장원철 이사장은 “이런 일들을 우려해 2013년부터 협동조합기본법 상의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 브랜드도 만들고 공동 콜센터도 구축해 자체적으로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카카오와 같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한 대기업이 밀고 온다면 이런 노력들도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납금을 없애 운전기사들이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한국택시협동조합의 ‘쿱(Coop) 택시’ 사례와 같이 정부가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자구 방안 마련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카카오 드라이버에 반대하는 서정민 대리운전상생협의회 기사측 추진위원장은 “처음이야 소비자 편의를 내세워 수수료를 붙이지 않는 등의 형식으로 시장에 진입하겠지만 우선 시장을 장악한 이후에는 투입한 만큼 수익을 내기 위한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며 “기존 업체들의 횡포를 이야기하지만 단지 ‘골목깡패’가 ‘슈퍼깡패’로 바뀌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의 첫 O2O 사업인 카카오택시도 프리미엄 서비스인 ‘카카오블랙’을 선보이며 별도의 수수료를 수취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O2O 사업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재현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제까지는 혁신의 태동기였기 때문에 일단 소비자 보호와 탈세와 같은 시장 실패의 문제들이 심각하게 대두되지 않았다”며 “O2O기업이 등장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인 비정규직 증가, 안전문제, 탈세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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