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피하세요"…한파 녹이는 버스 정류장 온기텐트

서울시내 버스정류장에 비닐텐트 잇따라 등장
여름 그늘막 이어 추위 떠는 시민 위한 생활행정
2014년 관악구 '동장군 대피소'가 첫 시작
시민 호평에 은평·성동·도봉·양천·중구 등으로 확산
흡연, 쓰레기 투기 등 시민의식 부재는 옥의 티
  • 등록 2018-01-03 오전 6:15:00

    수정 2018-01-03 오전 6:15:00

서울 은평구 불광역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따스안’ 에서 시민들이 추위를 피하고 있다. 은평구청 제공.
[이데일리 김보경 김보영 권오석 기자] 새해에도 한파는 여전했다.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내려간 2일 오전 서울 은평구 수색로변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앞 중앙 버스정류장. 시민들은 노란색 지붕에 ‘따스안’이라는 문구가 적혀진 비닐텐트 안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전 문제 때문에 내부에 별다른 온열 시설은 없지만 칼바람을 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갈월동 주민 남영진(37)씨는 “이전에는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추위에 떨어야 했는데 텐트 덕분에 추위를 피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 자치구들이 서울 곳곳의 버스정류장에 비닐로 만들어진 ‘온기텐트’가 등장했다.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된 지난달 중순부터 눈에 띄더니 점차 수를 늘려가고 있다. 투명 비닐로 제작된 단순한 구조물이지만 지난 여름 시민들이 땡볕을 피할 수 있도록 설치해 인기를 끌었던 그늘막에 이어 생활밀착행정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칼바람 막는 온기텐트 서울 전역으로 확산

온기텐트의 이름은 각 지자체마다 다양하다. 은평구의 온기텐트 이름은 ‘따스안’이다. 가로 1m 50cm, 세로 1m, 높이 3m 규모의 비닐텐트다. 노란 지붕엔 ‘따스안’, ‘은평구’, ‘골목까지 따뜻한 지방분권’ 문구가 새겨져 있고 아래 부분에는 ‘추위를 잠시 피해가세요’, ‘마음을 잠시 녹이고 가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따스안’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따스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작은 쉼터로 마련한 것”이라며 “통일로와 수색로 버스정류장에 10개소 우선 설치했고 주민이 필요로 한다면 추가로 더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곳에 온기텐트를 설치한 곳은 성동구다. 왕십리광장, 한양대, 서울숲 부근 등 38곳에 ‘온기누리소’를 설치했다. 온기누리소는 ‘온기’와 세상이라는 ‘누리’를 합한 말로, 성동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파손을 막기 위해 하루 세번 각 동에서 반장들을 선정해 관리하고 구청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대기하며 앉을 수 있는 간이 의자도 들여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지자체 중 가장 먼저 온기텐트를 설치한 곳은 관악구다. 대부분 자치구들이 지난 여름 그늘막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자 온기텐트를 도입했지만 관악구는 이미 2014년부터 ‘동장군 대피소’를 운영했다. 동장군 대피소는 2013년 청림동 직원이 제안한 것으로, 버스정류장 간이도서관을 설치해 화제가 됐던 청림동에서 겨울철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 한 곳에 3면이 차단된 추위가림막을 설치한 것이 시작이다. 버스가 오는 것을 잘 볼 수 있도록 투명한 비닐 재질로 만든 온기텐트 구조도 관악구 동장군 대피소가 처음 선보였다.

흡연·쓰레기 투기 등 시민의식 부재 옥의 티

관악구와 성동구의 온기텐트 운영을 벤치마킹한 지지체들이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급속히 늘어났다. 도봉구는 ‘추위 녹이소’를 쌍문역, 창동력 등 승객이 많은 15개 버스정류소에 설치한데 이어 20개를 더 늘려 35개를 운영할 계획이다.

양천구는 ‘온기충전소’라는 이름으로 10곳에 온기텐트를 운영 중이다, 중구 역시 ‘온기통’을 명동 롯데백화점 인근 버스정류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16곳에 설치했다. 이밖에도 성북구(4개), 서대문구(6개), 광진구(23개), 중랑구(14개) 등에서 온기텐트를 설치했으며 대부분 3월 중순까지 운영한다. 각 지자체들은 주민들의 수요가 있다면 더 많은 온기텐트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양천구에 거주하는 김종성(46)씨는 “연휴에 버스 배차간격이 길어 한참을 길에서 서 있어야 했는데 천막 덕에 추위를 피할 수 있었다”며 “구청에서 오랜만에 피부에 와 닿는 행정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대부분 온기텐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아쉬움도 일부 있었다. 성동구의 온기누리소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29)씨는 “13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구조물이라고 했는데 겨울엔 옷이 두꺼워서 몇명 들어갈 수가 없다”며 “더 많이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진구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이 텐트안에서 담배를 피운 탓에 냄새가 나서 짜증이 났다”며 “간혹 테이크아웃 커피 컵 등 쓰레기를 방치하는 사람도 있다. 시민의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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