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워킹맘의 '워라밸'은 퇴근시간 엄수부터

  • 등록 2018-02-02 오전 6:15:00

    수정 2018-02-02 오전 11:25:17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장]“어린이집에 아이 혼자 있는데 꼭 퇴근 시간 임박해서 회의를 잡아요.”

“아이 오는 시간 맞추려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면서 일하는데 회식하자네요.”

“내 일 다 끝내놓고도 상사가 퇴근 안 한다는 이유로 눈치 보며 죄인처럼 퇴근해요.”

새해부터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 일과 개인 삶 사이의 균형) 바람이 거세건만 정작 워킹맘들의 하소연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워라밸이 의식 있는 몇몇 기업에만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는 잦은 야근과 회식을 당연시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를 통해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평가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칼 퇴근은 꿈도 못 꾼다. 간혹 아이 때문에 부득이하게 일찍 퇴근하려고 하면 ‘이래서 결혼한 여자는 문제야. 그럴 거면 집에서 애나 키우지 뭐 하러 회사에 나와서 서로 피곤하게 하나’ 하는 상사의 눈총과 동료들의 수군거림에 죄인 아닌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일하면서 아이 키우는 엄마라 편의를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내 일 다 끝내놓고 시간 맞춰 퇴근을 하겠다는데도 눈치를 봐야하니 워킹맘 입장에서는 괴롭기만 하다.

얼마 전에 만난 한 워킹맘은 오후 5시간만 되면 “어린이집에 아이 혼자 있어요”라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귓가에 맴돌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법정 어린이집 보육시간은 오후 7시 30분까지지만 경험상 이 시간까지 아이들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보니 워킹맘들은 매일 퇴근 시간이 임박해올 때마다 ‘상사눈치’, ‘어린이집 선생님 눈치’, ‘아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혼자 있는 아이가 걱정되면 등·하원 시터를 써서 시간 공백을 메우라고 하지만 생계형 워킹맘에겐 그 비용 또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워라밸 열풍으로 아빠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기업, 자녀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한 달간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낼 수 있는 기업, 2시간 단위로 연차를 사용하는 ‘2시간 휴가제’를 도입하는 기업, 퇴근시간이 되면 PC가 자동으로 꺼지고 빨리 퇴근하라고 종용하는 기업 등의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많은 워킹맘들에게는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일하면서도 아이 잘 키우라며 정부가 법으로 만들어 놓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제’, ‘육아휴직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에서 마음 놓고 쓸 수 없는 현실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솔직히 워킹맘들은 이 제도의 혜택을 모두 누리기를 바라지 않는다. 대신 칼 퇴근만이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달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내 할 일 다 끝낸 후에는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히 칼 퇴근 하는 기업 문화. 워라밸이 화두인 현 시점에서 진짜로 적용이 어려운 일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회사 전체가 칼 퇴근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워킹맘들은 당당하게 고개 들고 퇴근할 수 있다. 또 이 당당함은 아이에게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가 아닌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려줘서 고마워”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아이는 이를 통해 엄마의 부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이 워킹맘 워라밸의 기초다.

요즘 곳곳에서 불고 있는 워라밸 열풍에 편승하고 싶은데 우리 기업에 어떻게 적용해야할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은 ‘칼 퇴근’ 문화부터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이 칼 퇴근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 임직원들의 행복지수와 비례해 기업의 생산성과 능률은 물론 기업의 브랜드 파워까지 강화될 수 있다.

칼 퇴근을 위해 4시면 회의를 하지 않는다는 스웨덴의 이야기가 우리에게도 현실이 되는 날이 빨리 오길 학수고대해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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