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일" 미리 준비했지만…업무 몰리는 R&D직군은 어쩌나

대기업들 현장 적용 잰걸음
삼성전자, 작년 새 근태시스템 도입
LG전자·SK하이닉스도 2월 시행
전 직군 일괄 적용 어려워 골머리
유연·자율근무제 도입도 논의 중
추가고용에 年 12조…기업에 큰 부담
  • 등록 2018-02-28 오전 6:00:00

    수정 2018-02-28 오전 6:00:00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산업부 기자] 주요 대기업들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한 데 대해 “예견됐던 일”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미 시범 운용 등을 통해 적응에 들어간 만큼, 시행 시점에 앞서 새로운 제도가 조기 정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반응 일색이다. 다만, R&D(연구·개발) 등 초과 근무가 불가피한 일부 직군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를 맞출 수 있는 ‘뾰족한 수’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 ‘걱정거리’다.

재계 “시행 시점 맞춰 철저하게 준비”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지난해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에서 주 52시간 근무를 시범 운용한 데 이어, 올해부턴 전 사업부에서 전면 시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갑자기 근로시간 단축법이 시행될 경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다른 기업에 앞서 선제 운영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팀장급에서 52시간 근무 준수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주말이나 일요일 출근시 다음 월요일에 오전만 근무하도록 시스템을 조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법으로 정해진 만큼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주당 52시간 근무를 넘지 않도록 법을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066570)는 HE(홈엔터테인먼트)부문에서 최대 52시간 근무를 시작한 데 이어, 이번 주부터 전사업부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단축 근무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7월부터 시행될 것이 확실해 보여 그에 맞춰 다양한 의견 듣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내 전자계열사들도 상반기 중으로 주 52시간 근무 시범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SK그룹은 SK텔레콤(017670), SK하이닉스(000660) 등 핵심 계열사에서 시범 운영하면서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 근무 형태나 사업 특성이 다르지만 근로 시간에 따라 대체휴가나 수당 등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법안이 타결됐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010140), 현대중공업(00954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조선 빅3’도 근로시간 단축에 부담이 크진 않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은 회사가 건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 수준으로 캐파를 줄이고 있고, 인력도 적정 수준으로 줄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주 52시간 근무체계가 정착돼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 등 철강업계는 24시간 생산설비가 가동되는 특성으로 이미 교대근무제가 보편화돼 있다. 포스코의 경우 4조 2교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4조 3교대를 적용하고 있는만큼, 이미 주 52시간 근무체계로 돌아가고 있다. 현대자동차(005380)기아자동차(000270) 등 완성차 업계도 이미 주간 2교대로 공장이 돌아가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취지엔 공감, R&D 등에 적용은 관건

대기업들은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문화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걸 인정하는 분위기다. 기업문화의 근본적 변화를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신제품 개발 직전에 업무가 집중되는 R&D 등 일부 직군에 어떻게 적용할 지 등은 골칫거리다.

윤부근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김동연 경제부총리 초청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사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여러가지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한 적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직군 별로 근무시간 편차가 심한데, 모든 부서에 단축 근무를 일괄 적용하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일부 기업들은 주당 52시간 총량제도 검토하고 있다. 한가할 때에는 근로 시간을 줄이고, 바쁜 시기에 몰아 근무해 연 단위로 주당 52시간을 맞춰 근무할 수 있는지 살펴보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어느 부서가 52시간 근무를 맞추기 어려운지 조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외근이 많은 부서의 근무시간을 어떻게 계산할 지, 유연근무제는 어떻게 도입할 지 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2주 단위로 총 80시간 범위 내에서 스스로 정하도록 하는 자율적 선택 근무제를 2분기 중 시행할 계획이다. 업무량이 몰리는 직원의 경우 한 주는 30시간, 다른 주는 50시간으로 나눠 일하는 방식이다. 특정일에 학원 수강 등 자기계발을 하는 직원이라면 주 4일 근무도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상당수 대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시범 운영을 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시행 시점에 맞춰 준비하고 있지만, 당분간 시행착오는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산업별· 업종별 특성을 감안한 보완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근로시간 단축 시 부족한 인력은 26만6091명으로 추가 고용 등으로 드는 비용은 연간 12조3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추가 비용 70%인 8조6000억원이 300인 미만 중소 사업장에서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는 근로시간 단축 비용 60%를 제조업이 부담해야 해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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