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땡기는 날] 독일전 승리에 취했다 깨보니...

  • 등록 2018-06-30 오전 9:20:54

    수정 2018-07-01 오전 9:40:20

[이데일리 이성재 디지털미디어센터장] 90분 내내 마음 졸이며 본 축구 경기가 몇이나 될까. 마지막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선수들은 눈물을 쏟았다. 세계 최강 독일을 꺾었다는 기쁨의 눈물과 함께 이제 됐다는 안도의 눈물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가장 심했든 신태용 감독은 선수 한명 한명을 끌어안으며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의 가슴은 이미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쉽게 가시지 않는 여운에 한동안 선수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투지와 열정에 “충분히 이길만하다”라고 인정했다.

스웨덴과의 1차전을 졸전으로 끝낸 태극 전사들은 그동안 국민의 희망을 앗아간 분노를 온몸으로 감당했어야했다. 멕시코와의 2차전을 마친 뒤 일부 선수들은 영혼마저 무참히 짓밟혔다. 기대만큼 성과를 못낸 선수들을 향한 국민의 실망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탓이다. 분노와 질타가 무차별적으로 가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난 세계 최강 독일은 태극전사를 주눅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손흥민이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궁금했다. 90분간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뛰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더는 떨어질 때도 없는 그런 기분, 사즉생(死卽生)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독일과의 극적인 승리는 이러한 절박함과 간절함이 모여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미안했다. 그동안 국민들에게 받은 상처가 얼마나 깊었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저렸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질타의 대상으로 변한 현실이 야속했을 것이다. 차범근 전 감독은 대한민국 대표팀을 향한 무분별한 악플에 대해 “그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면서 “마음을 모아 응원하는 팬들을 방해하고 선수들을 힘 빠지게 하지 마시라.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는 가장 큰 격려를 보내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제 끝났다. 아니 시작이다. 우리의 약점이 무엇인지, 무엇을 보강해야 하는지 이번 러시아월드컵을 치르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독일전 승리는 전략과 전술의 성공이 아니다. 선수 하나하나가 몸으로 독일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결과였다. 자칫 기적을 실력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니 독일전 승리에 도취되어서는 곤란하다. 1·2차전에 보여준 우리의 무기력한 경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

혁신도 뒤따라야 한다. 선수에만 의존한 승부수는 이제 더는 국제무대에 통하지 않는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여실히 드러난 안일한 축구행정체계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선진화된 축구 시스템을 도입하고 미래의 태극 전사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4년 뒤 기적이 아닌 실력으로 16강 진출의 감격을 느낄 수 있도록 국민의 관심이 지속되어야 한다. 물론 성과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전부가 아니다. 최선을 다하는 태극 전사, 그들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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