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우려에 움츠린 은행들…돈줄 더 막힌다

올해 5대 은행에 55조 '예금 뭉칫돈'
은행들 "지금은 자산 건전성에 무게"
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 역대 최저치
"시중에 돈 유통하는 은행 몸 움츠려"
  • 등록 2019-10-02 오전 6:00:00

    수정 2019-10-02 오전 6:00:00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은행 자산을 운용할 때 수익성과 건전성, 자본적정성을 동시에 잡으려 노력하는데요. 지금은 건전성에 무게를 둬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A 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최근 국내외 경제에 변수가 워낙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수익성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연초 염두에 뒀던 대출 증가 규모를 점차 줄이겠다는 것이다. A 행장은 “은행이 굴리는 자본의 건전성이 깨지면 결국 수익성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또다른 은행의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도 “경기 침체 흐름이 취약업종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면 신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여신 성장률 목표치를 하향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올해만 5대 은행에 55兆 뭉칫돈

‘돈 줄기’를 좌우하는 은행권이 몸을 낮추고 있다. 올해에만 정기예금을 55조원 이상 늘리며 보수적으로 자산을 굴리고 있다. 가계와 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빼서 쓰는 정도도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고 있다.

1일 이데일리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여·수신 현황을 분석해보니, 올해 들어 5대 은행의 정기예금에는 55조5280억원이 유입됐다. 단순 계산하면 올해 1년간 75조원 내외의 뭉칫돈이 들어올 수 있는 속도다. 지난해(70조8335억원)보다 큰 규모다. 2016년 당시 정기예금 순유입액은 22조1526억원에 그쳤다.

정기예금 쏠림은 은행과 고객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은행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고객 자산을 보수적으로 관리하려 하고, 고객은 소비와 생산을 미루고 안전한 곳에서 돈을 지키려 하는 것이다. 특히 금리(1년 만기)가 1% 초중반임에도 정기예금이 인기인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이다. 신한은행 S드림 예금과 KB국민은행 국민첫재테크 예금의 금리는 각각 1.35%, 1.45%다. 그나마 높은 게 NH농협은행의 왈츠회전예금2(1.68%)다. 이자를 버는 게 아니라 돈을 맡기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예측 불가능할 정도”라며 “고객 자산에 대한 위험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역대 최저’ 급락한 예금회전율

그 대신 돈이 도는 정도는 확 줄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와 2분기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각각 월 18.5회, 월 18.6회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가계와 기업과 은행 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정도를 나타낸다. 한은이 통계를 낸 1985년 이후 월 18회를 하회한 건 1987년 1분기(17.9회)가 유일하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30회 초중반대였다.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당국 정책을 통해 돈이 풀리면 이를 시중에 실질적으로 유통하는 게 은행들”이라며 “요즘은 오히려 은행들이 돈을 움켜쥐고 있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당국의 경제정책, 특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가 은행 대출 축소→가계소비 감소→기업매출·생산 감소→가계소득·지출 감소→경기불황 심화가 반복하는데 따른 최악의 디플레이션 스파이럴(spiral·악순환) 우려까지 나온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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