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포커스]집 쫓는 청춘..지붕 쳐다보다

  • 등록 2015-04-18 오전 6:00:00

    수정 2015-04-18 오전 9:46:57

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시행된 지난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대사대부고에서 시험을 마친 응시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취업’이란 바늘구멍에 ‘합격’이란 실을 넣는 일. 생각보다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른 아침부터 취업 걱정에 학점 걱정에 눈이 절로 떠집니다. 매일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는 하루. 그런데 밤엔 잠이 오지 않습니다. 사회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며 독려하지만,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아프면 청춘이 아니라 환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들려옵니다. 웃다가도 얼굴이 멍해집니다.

지난 16일 두 가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기업 40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 사원의 평균 연봉은 평균 304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3149만원) 평균 연봉과 비교해 3.2% 줄었습니다. 담뱃값도 2배 가까이 올랐는데 대졸 초임 연봉은 역주행을 시작했습니다.

같은 날, 전국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사상 첫 2억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포개졌습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가구당 2억 93만원으로 통계를 조사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2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2006년 3월(1억 43만원)이후 9년 만에 2배가 뛰었습니다.

그렇다면 9년 전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은 어땠을까요. 잡코리아가 2006년 발표한 대졸 신입 연봉은 2815만원. 9년새 대졸 초임 연봉이 233만원(8.2%) 오른 동안 전국 평균 전셋값은 1억 50만원(100.7%) 뛰었습니다. 해마다 전셋값(1050만원)이 신입사원 연봉(25만 8800원)보다 38.7배 넘게 오른 셈이죠.

계산기를 꺼내 듭니다. 2006년 대졸 초임 연봉을 한 푼도 안 쓰고 당시 평균 아파트 전셋값에 붓는다고 가정했을 때 걸리는 시간은 3.56년. 현재로 돌아와 다시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는 6.6년입니다. 먼지 하나 남기지 않은건 똑같은데 내 전셋집과 만날 시간이 3년 미뤄졌습니다.

서울 지역으로 눈을 돌립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 5420만원으로 조사됐습니다. 2006년 평균 전셋값(1억 7361만원)과 비교해 1억 8059만원 올랐습니다. 같은 방법으로 2006년 전셋집을 구하는데 평균 6.16년치의 연봉이 필요했습니다. 올해는 11.6년치로 5년 넘게 멀어졌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평균 전셋값을 보인 서초(6억 3819만원)·강남(5억 7783만원)·송파구(4억 8006만원)에 대입하면 각각 20.9년, 18.7년, 13년이 걸립니다.

KB금융지주가 내놓은 ‘주요국의 주택가격 비교와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보면 서울의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는 9.4(대출자는 7.8)로 홍콩과 밴쿠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습니다. 경기(6.6)·인천(6.2)지역도 미국의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의 PIR(6.2)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유엔 인간 정주위원회는 3.0~5.0을 PIR 적정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죠.

대한민국에만 있는 ‘전세’제도를 저 지표에 대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집값의 턱밑까지 쫓아온 전셋값을 무심코 지나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봄입니다. 주위에서는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라고 합니다. 알겠다고 말하고 속으로는 한숨을 쉽니다. 들어갈수 없을 것 같던 바늘 구멍을 들어가도 그 앞에는 더 작은 구멍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따라가도 점점 멀어져가는 내 보금자리를 생각하며 멍해지는 4월의 한가운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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