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읽어주는 남자]집 안마당서 2m 음주운전 처벌은?

음주운전이라도 ‘긴급피난’으로 인정되면 무죄
혈중알코올 0.05% 이상 시 장소·거리 관계없이 처벌
운전 중인 대리기사 폭행 5년 이하 징역, 2천만 이하 벌금
  • 등록 2015-09-23 오전 7:18:10

    수정 2015-09-23 오전 7:55:32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사례1. 지난해 1월 지인들과 거나하게 술을 마신 장모씨는 대리운전을 이용해 귀가 중이었습니다. 장씨와 함께 술을 마신 지인들도 2명도 동승한 상태였죠. 경로문제로 장씨와 다투던 대리기사는 갑자기 편도 1차로 도로 가운데 차를 세우더니 내려버렸습니다. 장씨는 직접 운전대를 잡고 3m를 이동해 반대편 공터에 차를 세웠습니다.

사례2. 지난 5월 대리운전을 이용해 집에 온 회사원 김모씨는 주차문제로 대리기사와 시비가 붙었습니다. 대리기사는 김씨 집 안마당에 아무렇게나 차를 주차하고 떠났습니다. 김씨는 자기 집 마당에서 안 약 2m를 이동해 주차를 마쳤습니다. 이를 지켜본 대리기사는 경찰에 “김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신고했습니다.

대리운전의 시대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대리운전 이용자는 47만명이고 등록된 대리운전 기사만 8만 7000명에 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만큼 관련사건·사고도 빈번한 것이 사실입니다.

사례1의 장씨와 사례2의 김씨는 닮은 상황입니다. 둘 다 음주운전을 피하기 위해 대리운전을 불렀지만 결국 음주운전처벌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인 상태에서 운전을 했죠. 두 사건 모두 음주운전 신고자가 대리기사인 것도 동일합니다.

하지만 결론은 달랐습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사례1의 장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심을 심리한 수원지법이 지난 7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죠.

재판부가 장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장씨의 행동이 형법 제22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차가 멈춘 위치가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편도 1차로로 비상등을 켜놔도 사고 위험이 높았고 동승자도 있었음을 고려, 장씨의 음주운전은 위험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 것이지요.

법조계 관계자는 “종전에도 대리기사가 주행 중 갑작스럽게 하차해 어쩔 수 없이 음주 운전한 사례는 있었지만 긴급피난으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사례는 드물었다”며 “법원의 판단이 진일보 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집 마당에서 2m를 운전한 사례 2의 김씨에게는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습니다. 수원지법은 지난 8월 “운전거리가 짧고 운전 장소가 김씨의 마당인 점 등을 고려했다”며 관련 전과가 있는 김씨를 배려했지만 음주운전 전과 3범이 된 사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도로 뿐 아니라 주차장이나 해수욕장 등 어디라도 혈중알코올 농도 0.05% 이상인 상태에서 운전하면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며 “다만 도로가 아닌 곳에서 음주운전 적발 시 면허취소나 면허정지 같은 행정처분은 받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안전한 장소에서 짧은 거리를 운전해도 술에 취한 상태라면 모두 음주운전인 셈입니다.

술에 취한 이용자가 운전 중인 대리기사를 폭행하는 사건도 빈번합니다. 하지만 운전자 폭행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엄하게 처벌하고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운전자 폭행에 대한 처벌은 5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폭행(2년 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 벌금)죄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의정부지법은 지난해 9월13일 오후 11시께 “자신의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며 고속화도로인 자유로에서 운전 중인 대리기사의 얼굴을 수회 때린 김모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해당 판결은 지난 8일 김씨의 항소가 기각되면서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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