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흙탕 ‘재건축 싸움’에 팔짱 낀 정부

  • 등록 2017-09-27 오전 6:00:00

    수정 2017-09-27 오전 6:00:00

정부가 어제 투기과열지구 주택거래에 요구되는 자금조달 계획 등 구매자의 신고사항에 대해 집중 조사에 착수했다. ‘부동산거래 신고법‘ 시행령에 따른 조치다.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조사팀을 꾸려 주택구입에 소요된 자금 출처를 면밀히 추적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미성년자와 다주택 보유자 등이 주요 대상이라고 한다.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단속 활동이 형식적인 수준에서 끝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없지 않다. 현재 대규모 재건축 단지마다 벌어지고 있는 건설사들의 진흙탕 싸움에 팔짱끼고 있는 듯한 모습이 그것을 말해 준다. 투기적 거래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하면서도 엄포에 그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당국이 묵인하지 않고서야 건설사들이 어떻게 곳곳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공공연히 과열을 부추길 수 있겠는가.

아파트 재건축 시공을 따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쟁탈전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가관이다.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특급호텔 향응이 베풀어지는가 하면 공사에 따른 이사 비용을 대주겠다는 약속이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재건축으로 인한 초과이익환수액을 보전해 주겠다는 약속도 제시된다. 실행가능성 여부를 떠나 재건축 시장이 과열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막장 경쟁’에 뛰어든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2014년 개정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에 따라 내년부터는 초과이익부담금을 내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부담금을 면제 받으려면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해야만 한다.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주민들도 마음이 바쁜 건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마다 유리한 조건을 내걸고 있으니 뿌리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면 투기 이익을 없애는 게 최선이다.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는 것은 물론 과열 양상으로 치솟은 주변 시세를 함께 낮추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처럼 일반 직장인들이 10년을 저축해도 내집 마련이 어렵다면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흔들리지 않는 억제책과 단속이 필요한 이유다.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재건축 시장의 과열 현상이 정부 의지를 시험하는 출발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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